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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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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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책걸상 보내자구요
김 승 환 <충북민예총 고문>

이야기는 지난 2005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북의 예술가들은 베트남 푸옌성과 예술교류를 하던 중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소형 버스가 길을 잘못 들어 에돌아가는 중간 마을에서의 일이다.

큰 나무 그늘 아래서 20여명의 어린이들이 맑은 눈으로 어른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무척 신기했다. 나는 이 신기한 광경이 사진의 피사체(被寫體)로 적합하다는 생각에 분주하게 사진기를 들이댔다.

천진한 그들은 손을 흔들면서 수줍게 웃는다. 오로지 사진의 피사체로만 존재하던 그들이 누구일까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게 된 것은 버스가 떠날 무렵이었다.

누구지요 통역 레탄동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선생님과 학생입니다'라고 말하고 핸드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하노이 대학 출신 한국유학생 레탄동의 이 말은 우리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니까 그 피사체의 기이한 광경이 바로,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것이다.

일부러 연출한 것도 아니고 나무 아래 수업을 부끄러워하는 것도 아닌 이 광경은 우리에게 인도주의적 반성을 강요했다. 나는 레탄동을 다그쳐서 교실은 있느냐, 책걸상이 어디 갔느냐, 책은 있느냐 등을 재우쳐 물었지만, 레탄동 역시 잘 모르겠다며 푸옌성 정부(政府)에 가면 알아보겠다고 심드렁이 대답했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인도주의와 측은지심이 솟구치고 있었다.

세상에는 예술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깊이 깨우친 예술가들의 그날 공연은 신명이 났다.

이러저런 사연 때문에 충북민예총은 2005년 가을부터 베트남 푸옌성 호아빈에 초등학교 건립 운동을 했다. 베트남 푸옌성측의 협조가 있어야 했기에 그 큰 나무 근처는 아니지만 학교가 없는 곳에 드디어 초등학교 교사(校舍) 하나가 완성된 것이다.

오는 2007년 9월 5일, 베트남 푸옌성의 작은 마을에서 초등학교 개교기념식이 열린다. 여기까지 오는 데 2년이 걸렸다. 예술가들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김기현 국제교류위원장의 노력이 돋보였다. 한 달 수입의 반을 낸 미술가가 있었다. 공연예술가들은 자선 공연을 했다. 작품 판매도 하고 또 모금도 했다. 도종환 시인은 자신의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 인세를 다 여기에 희사했다. 이철수 판화가는 자신의 판화를 기증했다.

수백 명 예술가들의 정신으로 세운 평화학교는 이렇게 눈물과 기쁨으로 개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 지난 4월에 방문한 예술가가 전해오기를 책걸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책·걸상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학생 둘이 앉을 수 있는 책상과 걸상의 가격은 얼마일까 재질과 모양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대략 3만원이다. 이 3만원짜리 책상 250개가 있으면 개교하는 그 학교 학생들이 '앉아서' 공부할 수 있다. 그래서 생긴 것이 바로 '3만원 캠페인'이다. 혹자는 아프리카에서는 1만원이면 한 가족이 1주일을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돈이니 돈이 있다면 그곳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실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이 다르다. 베트남 전쟁 당시 푸옌성 중의 한 지역에서만 한국인에게 죽은 사람이 1800명이라고 한다. 싸우다 죽었건 실수로 죽였건, 여하간 한국인은 1800명의 목숨을 앗은 것이다.

적일지라도 죽은 자에 대해서는 예의를 표시하는 법. 다 사죄할 수는 없겠으나 하여간 1800명의 학생을 돌보는 것으로 사죄하자는 것이 요즈음 도종환 시인과 이철수 판화가와 김기현 화가가 선전선동하는 구호다.

충북민예총이 만든 소형 팸플릿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베트남 호아빈 초등학교에 3만원이면 어린이 두 명이 함께 앉는 2인용 책상과 걸상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철수 판화가는 무시로 이 안내장을 들고 다니면서 3만원 운동을 하고 있다. 사람도 살리고 예술도 가르치고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한대수 전 시장께서도 최소한 3만원은 내셔야 한다.

바로 그 푸옌성 청룡부대에 근무하셨기 때문이다. 남상우 현 시장께서도 3만원은 보태실 것이다. 의협심이 남다르니까 말이다.

엄태영 시장께서도 3만원을 가지고 백운의 이철수 회장께 가실 것이다. 제천시를 잘 살게 만드는 사람 중에 베트남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 외 많은 분들의 정성이 평화학교의 어린 학생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아름다운 운동, 사람을 살리는 운동, 예술적 운동, 인도주의 운동 '3만원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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