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속에 자리잡은 호랑이
우리 역사 속에 자리잡은 호랑이
  • 윤나영 충북도문화재硏 문화재활용실장
  • 승인 2022.01.0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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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윤나영 충북도문화재硏 문화재활용실장
윤나영 충북도문화재硏 문화재활용실장

 

새해를 맞아 올해는 반드시 연인을 만나고 말겠다고 결심한 A씨. 친구의 주선으로 소개팅에 나섰다. 상대방과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는 어색한 순간이 지나자,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증이 무럭무럭 샘솟는다. 자, 과연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A씨가 던질 질문은 무엇일까? 필자 생각엔 이 질문만 보고도 어느 정도 세대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1020세대라면 당연히 MBTI(Myers-Briggs-Type Indicator)를 물을 테고, 4050세대라면 왕년에 혈액형이나 별자리 등을 꽤나 물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연배가 있는 세대라면 아마 상대방의 띠부터 묻지 않았을까?

요즘 각광받는 MBTI 성격 테스트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타고난 띠에 따라 개인의 운명이나 성품이 어느 정도 결정된다고 믿어왔다. 또한 띠별로 상성이 있어, 어느 띠와 어느 띠는 잘 맞고, 어느 띠와 어느 띠는 상극이니 하면서 띠별 궁합을 보기도 한다. 아마 지금도 배우자감을 소개할 때면 이름 다음으로 띠부터 묻는 집안 어르신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올해는 호랑이, 그것도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이다. 예부터 호랑이는 백수의 왕이자 용맹함과 슬기로움, 혹은 고독과 은둔의 상징으로 평가되었다. 산속의 임금님이자 산신령으로 통하는 영물이자, 동시에 성격이 사납고 참을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은 이런 호랑이의 특성이 호랑이띠 출생 사람들의 성격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2021년 국립민속물관에서 편찬한 『한국민속상징사전 : 호랑이편』에 따르면, 우리 선조들은 호랑이띠 사람들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주체적인 성향이 강해서 남의 밑에서 일하기 싫어하며, 남에게 지는 것을 못 참는 성격으로, 자신만만한 성격과 만인을 통솔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났다고 보았다. 또한 무리짓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호랑이의 생태 때문에 고독하며 은둔생활을 즐기는 존재로도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불교의 큰 스님들 중에는 범띠, 범월, 범 날에 태어난 사람이 많다고 여겼으며, 사주에 호랑이가 들어간 사람들이 종교가와 예술가가 쉽다고 보았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 이외에도 호랑이가 던 먹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호랑이띠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일에서 실패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타고난 충동성과 원기 왕성함 때문에 참을성이 없다고 보기도 하였다.

지금 관점에서 바라보면 태어난 해만으로 사람의 성격을 유형화하는 것이 참 허무맹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띠와 관련된 속설이나 속담, 풍습은 지금까지도 꽤 많이 우리 생활 곳곳에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호랑이는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이다. 단군신화에서부터 호랑이는 주인공에 버금가는 역할을 맡았고,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를 시작으로 고구려 고분벽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까지 우리 역사 속에서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어떨 때는 사람과 가축을 잡아먹는 맹수로, 어떨 때는 산신을 지키는 영물로, 어떨 때는 무신(武臣)의 강건함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다. 또한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호랑이는 우리 국토의 형상이자 일제에 맞서는 우리 민족의 용맹함의 상징이 되었고, 이런 이미지가 발전하여 88올림픽 때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마스코트인 “호돌이”로 표상화 되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호랑이는 기나긴 우리 역사 속에서 우리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무서우면서도 든든한, 신비로우면서도 친근한 존재로 지금까지 자리 잡고 있다. 아마 올 한해를 시작하며 오간 덕담 중에서도 호랑이는 꽤나 자주 등장했을 것이다. 여러모로 힘든 요즘,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호랑이 기운으로 한 해 힘차게 나아가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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