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고독사 남의 일 아니다
젊어지는 고독사 남의 일 아니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2.01.0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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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의 반지하 주택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가 홀로 지내던 집안 싱크대에는 빈 사발면 1개가 놓여 있을 뿐 집안에는 쌀 한 톨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사망한 지 7~10일 뒤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고독사 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발견되는 것을 고독사라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죽음이다. 1인가구 600만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지난해 전체 가구의 31.7%를 차지한 1인가구는 가족과 이웃, 지인이 인명을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골든타임을 감지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1인가구의 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고독사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더욱 큰 문제는 갈수록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독사에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집약돼 있다. 인구 고령화, 경기침체와 실직, 그리고 그로 인한 가족해체, 갈수록 더해지는 도시화와 익명성, 개인주의 등등. 자본주의적 번영이 만드는 그늘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3306개 읍면동의 94.5%가 찾아가는 서비스 관련 팀을 꾸려 운영 중이다. 이렇게 복지 서비스망을 구축했지만 1인가구 복지 소외계층의 고독사를 막는 데는 아직 역부족인 듯하다.

안정적인 소득이 없어 제때 병을 치료 못 하는 노인이 늘고, 가족이나 이웃과 단절될 수 있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이런 인구구조에서는 고독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보면 일부 고독사로 추정할 수 있는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2880명으로 5년여 만에 58%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대 무연고 사망자는 418명에서 623명, 40대는 190명에서 256명으로 증가했다.

그들도 한때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누군가의 남편이었고, 누군가의 아버지였을 것이다. 어쩌다 가족을 부양할 만큼의 돈을 벌지 못해, 아니면 그 어떤 사소한 계기로 가족과 떨어졌고 이웃과도 단절된 삶을 살다가 끝내 혼자 세상과 이별했을 것이다.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4월 21일 고독사예방법이 시행됐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고독사 문제에 국가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일본과 영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영국에서는 `고독부'를 신설하고 일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욱 심해지는 고립 문제를 막기 위해 `고립·고독 대책 담당실'을 마련해 국가 차원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외로움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고독은 국가가 나서서 대처해야 할 사회문제다. 국내 지자체들도 살피미 앱이나 공동체 마련 등의 방안을 마련해 고독사 예방에 힘쓰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것이 이제 더는 남의 일이 아닌 세상이 됐다. 누구나 언젠가 가족이 해체되고 사회와 단절될 수 있다. 외면하고 싶지만 우리 사회에 닥친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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