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맞는 소회
2022년을 맞는 소회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2.01.0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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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각별한 새해맞이였습니다. 아니 축복의 해넘이였습니다.

결혼 4년차에 접어드는 둘째며느리가 2021년 마지막 날 정오 무렵에 첫아이를 순산했으니 말입니다. 그것도 아주 예쁜 딸을. 불과 12시간 후면 두 살이 되는 손녀의 탄생은 송구영신의 극치였습니다.

산후조리원에서 아들이 보내주는 손녀의 카톡 영상을 보며 자식을 낳아 키울 땐 몰랐던 소확행(小確幸)에 전율하곤 했습니다.

갓난아이의 순백하고 앙증맞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경건해지는데 핏줄이니 오죽하리오. 각설하고 흰 소의 해라 불렸던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가고, 검은 호랑이의 해라 불리는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왔습니다.

압니다. 가버린 년에 미련 대지 말고, 새로 온 년과 호흡을 맞춰 잘 살아야 한다는 걸. 그게 바로 나이테를 곱게 늘려가는 방책이고 첩경이라는 걸. 자고로 우리나라는 호담국(虎談國)이라고 불릴 정도로 호랑이와 친숙한 나라였습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호랑이가 서식하기 좋은 생태환경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지도 또한 호랑이 모양을 닮아 있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란 말이 웅변하듯 실제로 설화와 속담과 민화 등에 호랑이가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어서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무자비한 포획으로 씨를 말렸지만 호랑이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경외의 대상으로 우리네 삶과 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올해가 호랑이 중에서도 독립성과 기세가 강하다는 검은 호랑이 해여서 자못 기대가 큽니다.

대한민국을 이끌 대호(大虎)와 중호(中虎)와 소호(小虎)들을 선출하는 선거의 해이기 때문입니다.

주인인 국민이 일정기간 자신들을 대표해 일할 일꾼들을 투표로 뽑는 일련의 과정이 선거인데 아시다시피 대호는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선출될 대통령을 이르고, 중호와 소호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뽑힐 국회의원과 6월 1일 시행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뽑힐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그리고 시·도와 시·군·구 의원을 이릅니다.

국가의 명운이 이들에게 달려있으니 옥석을 가려 잘 뽑아야 합니다.

이렇듯 선거는 국가 대사 중의 대사입니다.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투표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해 실시하는 만큼 기권하지 말고 신성한 주권행사를 함이 옳은 일이며 국민 된 도리입니다.

작금의 대통령선거가 덜 나쁘고 덜 추한 후보를 뽑아야 하는 막장드라마 같은 선거라고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그럴수록 찬찬히 뜯어보고 저울질해서 나은 후보에게 투표해야 합니다.

대호는 어느 날 불쑥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자질 있는 자를 골라 키우는 겁니다.

보수 쪽 호랑이든, 진보 쪽 호랑이든, 중도의 호랑이든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결과는 시대정신의 소산이라 여기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문제는 진영과 이념과 선입관과 편견에 경도되어 옥석을 가리려 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부화뇌동입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선택의 다름을 그름으로 재단하고 적대시하는 행태입니다.

부자지간마저 속내를 들어내지 못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반목과 갈등의 골이 깊으니 오호통재입니다.

아직 대선이 60여일 남았습니다.

선거판이 몇 번 요동칠 겁니다.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어느 후보가 공정과 번영과 통합의 시대정신을 더 잘 구현할지를 충분히 따져보고 검토해서 후회 없는 주권행사를 했으면 합니다. 설사 기대에 반하더라도 의연하게 투표결과에 승복하고 대동단결하여 코로나사태의 조속한 종식과 한반도의 평화와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해 힘과 지혜를 보탭시다. 올해는 또 대한민국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포효하는 해입니다. 2월에는 동계올림픽이 베이징에서, 9월에는 아시안게임이 항저우에서, 11월에는 축구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려서입니다.

그날 그곳에서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애국가가 우렁차게 울려 퍼져야 합니다. 선수들의 땀과 투혼이, 국민들의 열화 같은 성원이 그리되게 하리라 굳게 믿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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