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양극화
라면의 양극화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1.03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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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단돈 500원 정도로 느낄 수 있는 포만감.

라면만 한 음식이 있을까.

라면은 겨울이면 유독 더 생각나는 음식이다.

추운 겨울, 동전 값으로 구입해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유일한 음식. 게다가 전날 숙취를 푸는 해장용으로도 딱이다. 계란 하나 깨서 풀고, 파를 송송 썰어서 잘 익은 김치와 곁들여 먹는 맛. 과연 가성비 최고의 인스턴트 식품이 아닐 수 없다.

라면의 원조 국가는 일본이다. 지금의 면을 기름에 튀겨 건조하는 방식의 인스턴트 라면을 일본 닛신식품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창업주인 안도 모모후쿠는 이후 부도 직전의 회사를 살리고 명예도 되찾았다. 라면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2007년에 96세로 사망할 때까지 매일 라면을 먹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라면은 삼양라면의 창업주인 고 전중윤 회장(1914~2014)의 집념으로 탄생했다.

동방생명에 재직 시 1950년대 말 경영 연수를 위해 일본에 갔을 때 접했던 인스턴트 라면에 놀란 그는 라면이 한국의 빈곤 상황을 타개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귀국 후 곧바로 1961년 삼양식품을 창업하고 한국산 라면의 개발에 돌입해 2년 후에 한국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한국산 라면이 올해 9월 15일 육순(六旬)을 맞는다. 출시 이후 우리 생활에서 가장 친근한 기호식품이자 구호식품으로 자리한 지 벌써 60년을 맞게 된 것이다.

한국산 라면이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다는 낭보가 들려온다.

라면협회에 따르면 한국산 라면은 2020년 말 기준 6억362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전년도 4억6699만달러에 비해 무려 30%나 늘어났다. 수출 초기인 2000년의 9000만달러에 비해서는 무려 20년 동안 700%나 폭증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한류 열풍 덕에 수출이 급신장세다.

실제 한국산 라면의 글로벌 점유율은 수출 규모보다 훨씬 더 높다. 관세청의 수출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국외 현지 생산 라면의 매출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국 라면이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뛰어난 맛과 함께 가격 경쟁력이다.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특화 전략도 주효했다.

개개인의 기호에 맞춘 다양한 제품의 생산으로 세계 라면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국산 라면 시장에 사상 처음으로 1개 가격이 2200원인 고가 프리미엄 라면이 등장했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도 보기 힘든 초고가 봉지라면이다.

H사가 개발했는데 오징어게임의 주인공인 이정재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화제가 됐다.

업계에서는 이 라면의 성공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한국은 프리미엄라면 시장의 무덤이랄 정도로 그동안 흥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출시된 1600원짜리 고가 라면도 점유율이 채 1%를 넘지 못 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건더기도 많고 `비싼 대로 제값을 한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너무 비싸 못 사먹겠다, 가격대비 품질은 그냥'이라는 등 엇갈린다.

인터넷 포털에 오른 관련 뉴스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2200원짜리 라면과 500원짜리 라면을 먹는 사람으로 구분되는 사회'.

라면 값을 두고도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언급되는 게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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