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를 모으는 계절
씨를 모으는 계절
  •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 승인 2022.01.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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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며칠째 한파가 드세다. 제 작년 마지막 날을 생각해보니 그날도 무척 추웠다는 것과 선명한 기억 하나가 걸린다. 나이 앞 숫자가 바뀌는 꽤 의미심장한 날이라 생각하여 동갑내기 친구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해마다 재미 삼아 찍어보자 했는데 그새 심드렁해졌다. 그래도 `새해'라는 말은 참 좋다. 좌절을 끌어안고 침체 되어 있다가도 새로운 계획과 결심으로 시작할 용기를 부여해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니까. 똑같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데 어떻게 의미를 얹느냐에 따라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기도 하는 `새해'라는 말, 영속성 안에서 주어지는 생의 마디 하나가 돌이켜보면 인간의 유한성을 상기시켜주는 역할도 하는 것만 같다.

새해에는 시민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해 갈 대통령 선거와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있다. 여느 때보다 더욱 지저분한 선거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마치 `누가 누가 덜 지저분한가'시합하는 것처럼 여야 구분없이 후보 본인과 가족의 불법한 행위가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땅의 청춘을 생각할 때 우리가 살았을 시간보다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을 것이 느껴진다. 그런 냉소와 두려움이 젊은 청년들로 하여금 도전과 응전의 미래지향적 삶보다 욜로(YOLO)의 삶을 쉽게 선택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욜로가 상대적으로 편한 삶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삶은 주어진 날까지 자신의 삶을 지어가야 한다. 사회가 어떠하든 정책이 무엇이든 난 내 길을 가야만 한다. 이런 운명의 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다. 새해에 할 일이 있다면 스스로에 대한 가능성의 씨앗을 모으는 일 일 것이다. 자신의 그림자 속에 있는 민낯을 직면하여 소통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존재의 영토를 넓히는 과정은 복잡 다양할 수 있으나 배움과 변화를 통해 우리는 계속 진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겨울'이란 계절과 `새해'라는 시의성에 어떤 씨를 모아 마음에 심을 것인가, 자신의 이야기를 심어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매일 나만의 이야기를 지어낼 수만 있다면 그 이야기 속의 나는 생산의 주체로, 시공을 장악하는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사소한 것을 바꿔 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서 성가신 일(고쳐야 하는 습관)이 상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언젠가는 분노와 파국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서양 속담에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 등을 부러뜨린다는 말이 있다. 실패의 원인은 어쩌면 사소한 나쁜 습관을 고치지 않은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삶은 반복이며 반복되는 실수를 바로 잡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일탈은 짜릿하고 즐겁지만 일상을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자주 마주하는 일탈은 순간 조금은 시시해지기도 한다. 일탈과 일상을 조화롭게 오가며 작은 실수를 고쳐 간다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모으는 아름답고 늠름한 사람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그것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잠깐의 `침묵'으로 시간을 벌자. 침묵은 정지의 시간이 아니라 생성의 시간이다. 잠시 침묵은 아무 말이나 하지 않으려 언어를 고르는 시간, 먼저 말한 사람의 문장을 경험하고 행간을 서성이고 감정을 길어내는 활발한 사고의 과정이다. 혐오와 상처의 말이 난무하는 정치적인 사회 속에 자신을 지키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시간을 기대한다. 어쩌면 나와 잘 지내는 것이 잘사는 것의 시작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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