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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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3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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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汎)여권 통합과 마중물
남 경 훈<정치행정부장>

상수도가 많이 보급되기 전인 70∼80년대만해도 펌프질을 해야만 식수를 얻을 수 있었다.

이때 한바가지 정도의 물을 펌프에 붓고 펌프질을 하는데 이물을 '마중물'이라고 불렀다. 그 이유는 손님이 오면 주인이 마중을 나가 맞이하듯이 펌프질을 할때 물을 부어 품어올리는 새물을 맞이하는 물이라는 뜻이다.

특히 펌프의 바킹이 새것일 적에는 공기가 새지 않기 때문에 물이 내려가지 않아서 금방 새물이 올라왔으나 바킹이 낡으면 공기와 함께 부어 놓은 물이 밑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많은 물을 부어야하며 펌프질도 빠른 속도와 함께 더 많이 해야 물이 올라왔다.

8개월이란 진통의 시간속에 범여권이 한 울타리 안에 모였다. 열린우리당 탈당파, 선진평화연대, 시민사회세력, 미래창조연대 등 범여권 제세력이 모여 '미래창조 대통합민주신당'(가칭)을 만들어냈다.

지난 29일에는 충북도당이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중앙당이 오는 8월 5일 창당하면 대통합민주 신당은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그동안 대통합의 과정은 험난했고 지루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가칭으로 정한 당명에서 보듯 힘든 과정이었던 같다. 충북만해도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이었던 변재일·서재관 의원이 먼저 탈당, 통합민주당을 만들었다.

몇번에 걸쳐 기회만 보던 홍재형·노영민·오제세·이시종 의원이 결국 지난주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에 몸을 실었다.

이 같은 과정에서 탈당의 변으로 늘어놓는 말들은 대통합의 '밀알'이 되고, '주춧돌'이 되고, '마중물'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통합신당 충북도당을 창당하긴 했으나 얼마나 마중물 역할을 했고, 주춧돌이 됐는지는 의심스럽다.

지역내 통합대상이 되는 제세력의 두께가 앏??이유도 있지만,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한 사람들은 고스란히 열린우리당 식구들이 아닌가 싶다. 지방의원들도 대부분 열린우리당 당적을 갖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사람들이었다. 또 충북선진평화연대나 사회시민세력도 그동안 열린우리당 성향의 인물들 뿐이었다. 그래서 '도로 열린우리당' '무늬만 대통합 신당'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크게 봐서 마중물이 됐던 정치인은 김근태였을 것이다. 대통합이 침체에 빠졌을 때 처음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범여권 제세력을 한곳으로 모으는데 밀알이 됐던 것이다.

역시 정동영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은 마중물이 되겠다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정동영은 탈당했고, 마중물로서 일정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정동영은 현재 범여권 대선주자로 열심히 지지세력을 모으고 있다. 진정한 마중물은 깊은 지하에서 다시 올라오지 못한다. 그러나 정동영은 이미 올아 와 있다.

현재 대통합의 성(城)이 만들어진 지금 김근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충북도당 창당대회에서도 김근태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직 대선을 뛰는 주자들의 각축장으로 대회가 뒤바뀐 것이다.

마중믈을 처음 사용한 정치인은 민주당의 김영환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고향이 괴산이고 고교를 청주에서 나오다보니 대선 출마전 청주를 몇번이나 들려 기자들을 만났다.

그가 강조한 것은 자신이 범여권의 마중물이라는 것이었다.

민주개혁세력을 모으는데 일정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통합이 진행되고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마중물 역할을 못하고 있다.

고무바킹이 많이 달아서인지 범여권의 통합과정에서는 중앙이나 지방 할 것 없이 마중물이 이처럼 넘쳐났다. 그러나 진정한 마중물이 누구인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는 12월 대선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정치판에서 마중물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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