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진실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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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12.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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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수원여대와 폴리텍대 등에 제출했던 에이치컬쳐 테크놀러지 재직 증명서들은 급하게 위조된 허위 증명서인가? 재직 증명서 기본 양식에 틀린 한자가 버젓이 쓰였고 입사일도 각기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재직 증명서에 쓰인 본적, 주소, 성명, 생년월일, 직위, 소속, 입사일, 용도 등 8개의 한자 단어 중에서 住所(주소)는 主所로, 姓名(성명)은 姓明으로, 職位(직위)는 織位로 오기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단지 에이치컬쳐 테크놀러지만의 문제인지, 누군가 재직 증명서를 급하게 허위로 위조했는지, 그 진의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웃지 못할 일은 `모닝 커피'라는 말을 입에 올림으로써 은근슬쩍 앞서간 선진 문물을 접한 동경대나 와세다대 유학생 신분임을 과시하며 목에 힘주던 호랑이 담배를 피우던 옛날 옛적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주식회사가 재직 증명서에 사용한 기본적인 한자 단어 8개 중 3개나 오기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한글을 써도 무방하다면 간편하게 한글을 쓰면 된다. 한자를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한자를 쓰면 된다. 한자를 잘 모르면 사전을 찾아서 정확하게 표기하고 한자를 꼭 쓸 필요가 없다면, 한글로 정확하게 쓰면 된다. 잘 알지도 못하는 한자를, 그것도 확인도 하지 않고 틀린 한자를 쓸 까닭은 그 어디에도 없다.

자신의 지적 열세를 감추는 동시에 지적 능력을 부풀림으로써 뭔가 있어 보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영어나 한자 및 한문을 쓰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치졸한 짓이다. 개가 수표보다 쉰내 나는 뼈다귀를 더 좋아하면서도 수표를 잘 알고 좋아한다는 듯이 종이 뭉치를 물고 뜯으며 거짓을 연출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자나 한문을 쓰는 것은 적은 수의 글자로 더 정확한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뜻글자이기 때문이다. 적은 수의 글자로 정확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 한자 및 한문을 쓰는 것을 두고 “왜 한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한문을 쓰냐”면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우물 안 개구리의 어리석은 짓이기는 마찬가지다.

한글이든 한자든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면 된다. 한글을 쓰는 것이 가벼운 일도 아니고 시대를 앞서가는 깨어 있는 일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한자를 쓰는 것이 시대에 뒤처지거나 지적 수준이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도 없다. 여우가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짐짓 호랑이라도 된 듯이 위세를 떤다는 호가호위(狐假虎威)처럼 자신을 부풀리기 위한 수단으로 언어 문자를 오용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앎의 토대 위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만큼,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말하면 그뿐이다.

공자님은 知之爲知之(지지위지지) 不知爲不知(부지위부지) 是知也(시지야) 즉,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앎이라고 강조하셨다. 또 辭達而已矣(사달이이의) 즉, 말과 글이란 뜻을 전달하면 그뿐이라는 말씀도 하신 바 있다. 한글이나 한자 모두 다 뜻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고 약속된 부호일 뿐이다. 따라서 처한 상황에 맞게 잘 쓰면 그뿐이다. 오는 2022년 새해에는 한글보다 영어나 한자를 쓰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부풀리고 권위를 높일 수 있다는 지독히 어리석은 차별 망상이 우리 사회에서 근절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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