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박
수 박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3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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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제 시간에 퇴근한 민수씨는 아파트 입구 슈퍼에 나란히 쌓아 놓은 수박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그리곤 차에서 내려 제일 커 보이는 수박에 손을 대고 '톡∼톡∼'두드려 봅니다.

마치 문안에 누가 있나 두드려 보듯이 두드려 보기는 하지만 사실 어떤 소리가 들려야 맛있는 놈인지는 잘 모릅니다.

민수씨는 탁한 소리보다 통통하는 '맑은 소리가 나야 맛이 있겠지' 생각하며, 제일 크고 꼭지가 싱싱한 수박 한통을 들었습니다.

잠시 후 집에 일찍 온 민수씨를 본 아내는 반가움이 역력합니다.

아이들도 "야∼아빠다∼." 소리치며 민수씨 다리를 잡고 안떨어지려 합니다.

민수씨 아내 숙이씨의 또각 또각 칼도마 소리가 오늘따라 더 경쾌하게 들립니다.

저녁밥을 맛있게 먹은 후 민수씨 가족은 쟁반 위에 수박을 놓고 둥글게 앉았습니다.

숙이씨는 수박위에 칼을 조심스레 대고 힘을 줍니다.

순간 "쩌∼억" 소리와 함께 수박은 시뻘건 속살을 드러냈죠.

"우와∼" 민수씨네 가족은 흥부네 가족이 박을 타 금은보화가 나온 듯 눈을 반짝이며 입을 크게 벌리고 다물 줄 모릅니다.

한여름 저녁 민수씨네 가족의 소박하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잘 익은 수박처럼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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