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는 힘이 세다
`언제나'는 힘이 세다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 승인 2021.12.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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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하루하루가 같은 날인 것 같지만 아침을 맞는 기분이 매일 다르다. 어느 날은 몸도 가볍고 기분도 상쾌해 하루의 시작이 즐겁고, 어느 날은 몸도 마음도 무겁게 느껴져 하루의 시작이 부담스럽다. 월요일과 금요일의 아침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금요일은 누구나 좋아하는 날인데 특히 더 좋아하는 아이가 있어 소개한다.

`금요일엔 언제나(댄 야카리노 글, 그림·이순영 옮김·북극곰)'는 노란색 겉표지에서 주는 느낌부터 따뜻하다. 아빠와 아이가 손을 잡고 나란히 외출하는 모습과 그들의 밝은 표정이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만든다. 요즘 자극적인 그림과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책들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골목길을 걷는 아빠와 아이의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나는 마음을 빼앗긴다.

아빠와 아들은 해가 쨍쨍한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비가 내리는 날에도, 금요일에는 언제나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늘 같은 식당에 가서 팬케이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는 금요일을 아주 특별한 날이라고 말한다. 저자인 댄 야카리노는 실제로 금요일마다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유명한 작가로 활동하다 보면 개인의 시간이 필요할 텐데 아이와 시간을 공유하는 데는 그만의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으리라 생각한다.

서양문화에서 팬케이크는 특별한 음식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가볍게 먹는 식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는 아빠와 팬케이크를 먹는 시간이 특별하다고 이야기한다. 아빠와 발맞추어 걷다보면 거리의 풍경과 날씨, 사람들 모두 그림이 된다. 아이는 아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생각하고, 아빠가 무엇을 이야기해줄지 기다리면서 금요일을 기다렸을 것이다.

누구나 자녀에게 특별한 것을 주고 싶어 한다. 신생아 때부터 특별한 옷과 특별한 유모차, 특별한 장남감과 특별한 유치원 그리고 아이가 자라면서 특별한 경험을 위해 특별한 장소로 여행을 준비한다. 여기에서 특별하다는 것은 더 좋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특별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일반적인 것과 아주 다르다'이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에는 두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부족하거나 지나치거나'이다. 일반적인 범주를 넘어선다는 것은 위험도 크다고 하겠다. 그런데도 내 아이에게는 특별함을 선물하고 싶어 한다.

우리의 삶에는 `언제나'와 `가끔'이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것은 가끔이라서 더 특별하고 귀하다. 어릴 적 특별한 날에만 먹던 탕수육, 바나나.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만 만나는 산타할아버지는 가끔이기에 너무나 소중했다. 하지만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언제나'였다. 크리스마스, 외식은 가끔이어도 좋았다. 나는 지속해서 자주 부모님과 정서적 교류를 하고 싶었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자기화되어간다. 숨 쉬고 먹고 자고 살아가는 일상이 너무나 중요하다. 그것은 나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것이다.

아버지는 주말에만 집에 오셨다. 직장이 다른 지역에 있어서 월요일 아침에는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그래서 나는 월요일에는 언제나 택시를 타고 등교를 했다. 양복을 차려입은 아버지와 나란히 걸을 때면 어깨가 으쓱했다.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들은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가치관을 갖게 했다. 내가 자신과의 관계를 잘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아이가 부모와 꾸준히 시간을 공유다보면 상대에 대한 민감성을 갖게 된다.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리고 부모의 눈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배운다. 가족이라서,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타인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의 입을 통해 자기의 표현으로 정보를 통할 때이다. 그래서 그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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