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감사 합니다
덕감사 합니다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1.12.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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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덕감사! 사찰이름 같지만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의 약칭입니다.

고즈넉한 사찰처럼 힘들고 고단한 삶을 편안케 하고 살맛 나게 하는 아름다운 말이 바로 덕감사입니다.

말하는 이도 좋고 듣는 이도 좋은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말이 덕감사입니다. 고희를 목전에 두고 지난 삶을 뒤돌아보니 삶의 궤적이 온통 덕감사였습니다.

삶의 윤활유였고 행복의 불쏘시개였습니다. 굴리면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처럼 덕분이 더 큰 덕분을, 감사가 더 넓은 감사를, 사랑이 더 깊은 사랑을 잉태했습니다.

덕감사의 전도사로 통하는 전대길(수필가,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의형의 지론과 소신은 명쾌합니다.

기독교 불교 유교에 녹아있는 공통된 가르침을 축약하면 덕분과 감사와 사랑으로 귀결된다고, 그래서 모든 인과(因果)를 덕분이라 여기고 매사에 감사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그리 살면 삶이 풍요해지고 행복해진다고.

옳은 말입니다. 부모님 덕분에 태어나 자랐고, 스승님 덕분에 질적 성장을 했고, 아내와 자식 덕분에 어엿하게 일가를 이루고 살았으며, 친구와 선후배 덕분에 경쟁과 협력의 가치를 알았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쓰고 고통스러웠던 가난도, 보잘 것 없는 스펙과 연줄도, 발목 잡고 태클 걸던 걸림돌들도 지나고 보니 분투와 극기를 가져다준 보약이었습니다. 덕분에 허투루 살지 않고 단단해졌으니 감사히 여깁니다.

지금 누군가는 볼 수 있기를, 들을 수 있기를, 말할 수 있기를, 걸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돈이 없어, 집이 없어. 처자식이 없어, 의지할 사람이 없어 한숨 짓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그대와 난 참으로 복 받은 사람입니다.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무시로 누리고 향유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부모님의 음덕과 하느님의 가호 덕분입니다.

돌아보니 제 삶의 팔 할은 사랑이었습니다. 비록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장남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생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부모님으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자랐고, 학교 다닐 땐 선생님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공부도 했습니다.

혈연·지연·학연이 전무한 타향에서 공직생활을 했음에도 일과 승진에 뒤처지지 않았던 건 좋은 상사들을 만난 덕분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오지랖 넓게 정을 사랑했고, 문학과 음악과 연극을 사랑했으며, 탁구와 골프도 사랑했습니다.

그랬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덕분과 감사와 사랑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고, 덕분에 운 좋게도 행복의 정원에서 노닐며 나이테를 곱게 늘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압니다. 남은 생은 그동안 대가 없이 받은 수많은 덕분과 감사와 사랑을 되돌려주는 삶을 살아야 함을. 손주사랑과 이웃사랑처럼 덕분과 감사와 사랑이 대물림되고 그 온기가 공기처럼 사회 구석구석에 맴돌아야 된다는 것을. 하여 옷깃을 여미며 받은 덕감사에 큰절을 올리며 그리 살겠노라 고합니다.

각설하고 코로나19에 유린당한 엄혹했던 2021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일상의 자유를 희생당했지만 그래도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고 무탈하게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이는 복 받은 사람들입니다.

덕분과 감사와 사랑을 쉼 없이 주고받은 이들의 축복입니다.

말은 씨가 되고 열매가 돌아오나니 새해에는 우리 모두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입에 달고 삽시다.

말하는 입도 듣는 귀도 행복하고 거룩하게. 그리하여 병든 사회가 덕감사로 치유되고, 삭막한 인심이 덕감사로 훈훈해지도록. 그대여 우리 함께 덕감사로 템플스테이 가요.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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