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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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3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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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100년 정당
한 덕 현<편집국장>

가칭 미래창조 대통합민주신당이 어제 충북에서도 공식 창당됐다. 이로써 충북에서도 열린우리당은 사실상의 종언을 고하게 됐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도내 전지역구를 석권한 이념의 패기는 이젠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우리나라 정당만큼 참으로 무상한 존재도 없다. 단 몇년을 못 버틴다. 사람으로 치면 대부분 영아 사망이다. 선거 때만 되면 생성과 몰락을 거듭하다보니 이젠 새로운 정당의 이름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가칭 미래창조 대통합민주신당도 곰곰 생각하면 참 억지라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난다. 어제 충북도당 창당대회에서도 예외없이 정치인들의 '말의 성찬'이 벌어졌지만, 열린우리당의 사그라짐은 우리나라 정당의 몰역사와 몰가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3년 11월 11일 열린우리당은 100년 정당을 기치로 출범했다. 당시 국민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슬로건이다. 나름대로 그 근거를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름아닌 국민 다수의 자발적 지지, 그것이 비록 노사모라는 특정 성향의 결집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국민 참여형 정당의 싹수를 보았던 것이다. 고작 47석으로 출발한 열린우리당이 4개월 후 152석의 거대 정당으로 변모한 것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변수의 영향이었지만, 그 저변엔 국민과 당원이 주인이 되는 상향식 정치문화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짙게 깔려 있었다. 결국 이것이 열린우리당의 100년 정당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몰고 온 것이다. 그랬던 정당이 100년은커녕 4년도 버티지 못하고 무대 뒤로 사라질 운명이다.

안 된 얘기이지만 지금 창당이 추진되는 대통합민주신당은 결정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아직 국민적 감동이 없다는 점이다. 제 정파간 혹은 뭇 후보들간의 전략적 제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5년전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진보 개혁세력에 일체감을 안겼던 그런 이념의 신바람이 아직 안보이고 있다. 과거처럼 1인 보스에 의한 세결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민들에게 자발적 동기부여도 안 되는 상황에선 제 아무리 대통합을 외쳐봤자 영양가 없는 사람들만 잔뜩 꼬이는 정당의 아노미 현상만 부채질 할 뿐이다. 지금은 또 민주 대 반민주, 보수와 진보, 좌우 대립, 지역갈등 등 과거 새로 출범하는 정당들이 으레 명분으로 내세우던 정서적 대립구도도 힘이 빠진지 오래다. 대다수 국민들의 진정한 관심사는 '빵'에 있다.

그래서 나는 열린우리당이 당초 천명한대로 100년 정당의 약속을 지킬 것을 감히 주장한다. 다 떠나고 단 한명이 남더라도 끝까지 지키겠다는 오기를 한 번 기대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에도 분명 근거가 있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말할 때 대개 이런 것들을 든다. 첫째 상향식 정치문화의 좌절, 둘째 지역구도 극복과 국민통합의 실패, 셋째 개혁입법 무산, 넷째 당정관계의 혼란 등등. 맞다. 열린우리당이 이중에서 완벽하게 성공을 거둔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것으로 가기 위한 빌미는 줬잖은가. 상향식 정치문화에 대해선 끊임없이 화두를 던졌고, 지역구도 극복과 국민통합과 관련해선 이젠 국민들이 뭐가 문제인지를 먼저 알게 됐다. 개혁입법 역시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현재 진행형이고, 당정 관계의 혼란은 과거 권위주의를 생각하면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다. 열린우리당의 완전한 실패를 규정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100년 정당이 고작 4년도 못가는데 통합신당이라고 별수 있겠나. 정치는 모른다, 지금은 당장의 풀칠을 위해 다들 당을 떠나지만 막상 대선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정작 이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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