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당신의 문해력
EBS 당신의 문해력
  •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 승인 2021.12.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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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EBS에서 제작해 화제가 된 `당신의 문해력'이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지난해에 나온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었다. 주변의 사서 선생님들이 꼭 보라고 추천을 했는데, 방송은 결국 못 봤다. 지난 방송 구해보기도 어려워서 어찌하나 했었는데 책으로 나와서 다행이다 싶다.

사서라는 직업상 책을 읽고 상황에 맞게 권해줘야 한다. 책 읽기를 즐거워할 수 있도록, 각자의 상황에 맞게 도움을 주는 것이 나의 일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카드 뉴스, 3줄 요약, 웹툰 만화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책 권하기는 힘이 든다.

초등학생 저학년은 아직 책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나이라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고학년은 “재밌는 책 없어요?”라고 하기에, 내가 자신 있게 권하는 재미있는 책을 권해줘도 “길어서 재미없을 것 같다.”라는 거절이 돌아오기 일쑤다. 한쪽이라도 읽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뭔가 덜 억울했을 텐데, 그냥 책이 조금 두껍다(80쪽짜리 책이었다)는 이유로 싫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유명한 웹툰은 대출 불가로 해 두니 도서실에서 열심히 웹툰을 읽는다. 수업 시간이 되어 읽던 웹툰을 덮고 떠나며 “다음 편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하기에, 그 웹툰의 원작을 읽어보라 권해줬더니 7권짜리라 길어서 싫다고 한다. 같은 이야기이고, 심지어 뒷이야기가 있는데, 글이 길어서 읽기 싫다고 한다. 글을 보고 상상하는 걸 좋아해서 영화나 웹툰이 나오기 전에 원작을 읽는 나로서는 참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면 글이 길어지면 읽기 버거워하고, 아예 안 읽는 아이가 생각보다 너무 많다.

글이 길면 아예 읽을 시도도 안 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인지 책을 고를 때 가급적 만화는 제외하지만, 그림이 많고 만화책 같은 글밥 적은 책, EBS에서 방송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책은 신청이 없어도 구입한다. 책 읽기 싫어하고, 끝까지 책을 안 읽는 아이들도 이런 책은 읽기 때문이다. 글자 읽기가 서툴러도 이런 책은 앞을 다투어 읽는다. 아예 글 읽기에 흥미를 놓지 않았다는 것이 가끔 고마울 때가 있다.

지난해에 나온 `공부머리 독서법(최승필, 책구루)'이 생각난다. 이 책은 독서교육전문가로 일하는 저자가 독서 방법에 대해 실질적인 팁을 알려주었다. 반면 이 책은 그 이전 단계로, 영유아부터 초등학생 정도의 학생들에게 주로 초점을 맞추어 글과 글자에 대한 이해, 하나의 문장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제로 글 읽기에 대한 실험에 대해 다룬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먼저 읽고 난 후에 `공부머리 독서법'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읽으며 `문해력은 후천적 노력과 훈련으로 형성된다.'라는 결론이 있어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다. 각종 온라인 서점에서는 이 책에 나온 14권의 그림책을 따로 코너를 두어 꾸며두었다. 초등 저학년인데 아직 글을 이해하지 못하고, 읽더라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시간을 내어 한 번 아이와 소리내어 그림책을 읽어보고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좋겠다. 아이가 내용을 잘 이해하는지, 내용을 잘 파악하는지는 실제 이야기를 깊게 나눠 보아야 알 수 있다. 이 겨울 함께 책을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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