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스마트팜 이야기 - 금보다 비싼 향신료
좌충우돌 스마트팜 이야기 - 금보다 비싼 향신료
  • 윤인기 두성기업 대표이사
  • 승인 2021.12.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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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윤인기 두성기업 대표이사
윤인기 두성기업 대표이사

 

12월의 끝자락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보다 문득 생각에 잠겼다. 사색과 함께 전부터 좋아했던 김춘수 시인의 `꽃'을 유튜브로 찾아본다.

스마트팜 관련 정보를 얻는 중 금보다 귀한 향신료가 있다는 적잖이 흥미로운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후회 없는 청춘'이라는 꽃말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중년의 감성을 건드린다.

섬유유연제 상호의 유명세로 알려진 사프란은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향신료이다. 식물 자체는 독초이나 기본적으로 독성이 크지 않고 위험하지 않을 정도만 쓰여짐은 특별한 가치로 살아가고자 하는 내 삶의 방식과 닮아서일까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사프란은 일반적으로 찬바람이 불면 보라색으로 꽃을 피우고 하나의 꽃에 3개의 암술이 맺히게 되는데 이를 모아 빨간 부분만 말려 향신료로 사용하고 노란 부분은 천연염료로 쓰인다. 시중에 판매되는 원료 1g을 만들려면 약 500개의 암술대가 필요하다.

최근 요리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급 식재료인 송로버섯은 인공 향을 낼 수 있어 시중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사프란은 인공 향을 낼 수 없고 재배부터 가공까지 모두 수작업이기에 그 가치를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고유하고 특별한 향기로 식용뿐만 아니라 의약품, 화장품 원료 등 꽤나 다양하게 사용된다. 암술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 피트로신과 사프라날, 카로티노이드 색소인 크로신은 직물 염료에 풍부한 황금빛 색조를 제공하며 우울증 치료제, 서양에서는 보양제나 의약용으로 선용 된다.

사프란의 구근은 스마트 농업의 메카인 네덜란드에서 대부분 수입되나 최대 생산지는 기후와 환경이 최적인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이다. 사프란은 양분을 공모양의 구근에 저장하고 꽃을 피우는데 모두 다 써버린다. 강직도 있는 땅이나 화분에 심기만 하면 물을 주지 않아도 며칠 내에 싹을 틔운다.

최근 국내 경북 청송군이 민간업체와 사프란을 노지 재배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주왕산 인근 노지 재배로 3.5㎏을 수확했으며 1g당 시세가 5만원이니 약 1억7000만원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수요를 예측했을 때 농가의 소득 작목이 될 거라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려 4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 청송에 자리 잡은 만큼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로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조만간 다른 노지로 이동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주장한 변증법 논리의 삼단계인 정반합이 떠오른다. 구근식물처럼 양분을 모두 고갈시켜 꽃을 피워 낸다면 결국 그에 상응하는 걸 내줘야 하는 거다. 자연의 이치는 신비롭지만 냉혹하다. 필요 이상의 유용은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환경파괴는 이미 임계점을 지난 지 오래다. 무의식과 무관심으로 자연을 유용한 대가를 곧 치러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모두 함께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설령 금보다 귀하고 세상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 일지언정 자연 이치상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기에 금전적 자산이라 할수 없으며 결국 소모품이며 유기물이다.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의해 정해지는 시장논리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스마트팜 접목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상과 연구가 필요하다. 스스로의 얼굴을 책임질 나이다. 사프란의 꽃말처럼 `후회 없는 청춘'이자 오랫동안 향기나는 삶의 길을 걷고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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