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피그
크리스마스 피그
  •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12.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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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다가올 행복한 크리스마스는 2021년의 남은 달력 한 장의 아쉬움을 달랜다. 올해는 어떤 선물을 산타할아버지에게 받을지 두어 달 전부터 고민 또 고민인 딸 아이를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진다. 산타할아버지에게 받을 선물과 엄마 아빠에게 받을 선물을 고르고 또 고르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딸을 바라보며 나도 덩달아 설렘 가득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어른은 왜 선물을 받을 수 없는 거지? 나도 받고 싶다. 명품가방? 명품시계? 바라는 선물에서 자본주의 냄새가 나니 산타할아버지가 선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혼자 피식 웃었다.

해리포터의 저자 J. K. 롤링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크리스마스를 생생하고 풍성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를 출간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너무 강렬해 그 스토리를 뛰어넘는 다음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염려와 걱정이 있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J. K. 롤링의 어마어마한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짐 필드의 일러스트는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모습을 구체화 시켜주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크리스마스 이브, 주인공 잭은 돼지 인형 `크리스마스 피그'와 함께 `마법의 분실물 나라'에서 어마어마한 모험을 시작한다. 장난감을 잡아먹는 `루지'로부터 잭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애착 인형 `디피그'를 구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존재는 발을 들일 수 없는 `마법의 분실물 나라'에 액션 피겨로 변장해 잠입한 잭은 `디피그'를 무사히 구할 수 있을까? 손에 땀을 쥐는 사건이 반복해서 이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난감을 구출해야 하는 잭, 그리고 잭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디피그'의 대체 인형 `크리스마스 피그'의 환상적이면서 가슴 뭉클한 모험을 함께 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만약 내가 분실물 나라에 갇히게 된다면 어디로 가게 될까? 상상하며 슬며시 `사랑받는 물건 섬'을 점찍어 본다. 살아 있는 자들의 나라에서 깊이 사랑받는 물건들만 들어올 수 있고 무서운 괴물 `루지'에게 잡힐 걱정 없는 안전한 그곳. 우리 주변에 있는 물건 혹은 사람들의 소망이리라. 온전한 모습으로 쓸모 있게, 사랑받으며 살다가 삶의 일부분인 이별 후에도 사랑의 추억을 기억할 수 있는 것 말이다.

J.K.롤링의 어린이를 위한 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을 정도로 철학적 메시지가 무겁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 사랑하는 것을 위해 희생하는 배려, 그 사랑을 받고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연말이다.

장난감은 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개성을 부여하며 장난감을 돌보고, 장난감이 우리를 돌본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서로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잃어버린 것들을 위한 밤, 일 년에 단 하루 사물들이 말을 할 수 있는 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잭'과 `크리스마스 피그'를 만나보길 바란다. 내 옆에 있는 곰 인형이 말을 걸어오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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