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조름한 눈물의 힘
짭조름한 눈물의 힘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1.12.16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열등감으로인해 자괴감(自愧感)에 빠진 어린 생쥐가 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는 교실이라 어린 생쥐는 꾹 참는다. 그림책 <눈물빵/고토 미즈키/천개의바람>의 첫 장면이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울면 안 돼! 울면 지는 거야. 눈물을 보이면 창피한 거야. 친구들이 놀릴 거야.' 등 여러 이유로 우리는 울지 못한다.

서럽고 외로웠을 생쥐는 어떻게 했을까? 지붕에 구멍이 날 정도로 낡아 사용하지 않는 창고로 간다. 나만의 비밀 장소에 들어가서야 어린 생쥐는 눈물을 흘린다. 보는 이 없는 혼자만의 공간이 주는 안정감에 참았던 눈물이 나왔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손수건이 눈물과 콧물로 묵직해'질 정도로 생쥐는 울고 또 운다. 열등감을 날려 버리고 싶어서인지 생쥐는 그 좋아하는 손수건을 천장에 난 구멍을 향해 던진다.

속이 좀 시원해졌을 생쥐는 숨겨 둔 식빵 테두리를 먹으려 꺼낸다. 하지만 목이 메고, 한 방울 두 방울 자꾸 눈물이 흘러 식빵 테두리마저도 눈물에 흠뻑 젖는다.

식빵 테두리도 천장 구멍으로 던져 날려 버린다. 앗, 눈 깜짝할 사이에 새가 물고 날아가 버리는 게 아닌가.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남아 있는 식빵 테두리를 다시 던졌다. 식빵을 입에 문 새는 어찌 된 일인지 이번에는 날아가지 않고 부리를 움직이며 말한다. “짠·맛·이·부·족·해.”라고.

`아직 서러움이 남아 있지? 괜찮아, 더 울어도 돼! 마음껏 울어.'라는 토닥임에 생쥐는 마음 깊은 곳의 슬픔이 모두 눈물이 되도록 실컷 운다.

그 울음은 식빵 테두리를 적시고 또 적시고, 눈물에 젖어 묵직했던 손수건이 꼬들꼬들 마를 정도의 시간 동안 이어진다. 이렇게 슬픔을 비워낸 생쥐는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돌아간다.

눈물에는 이런 힘이 있다. 미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프레이는 연구를 통해 눈물이 해독 작용을 한다는 걸 발견했다. 단순한 감정표현 그 이상의 힘이 있다는 말이다. 마음의 상처를 비워 낸 자리에 새로운 감정이 고이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에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흘리는 생리적 눈물, 양파 마늘 등 매운 성분에 의해 흘리는 자극반응에 의한 눈물, 스트레스나 기쁨과 슬픔 등으로 인해 흘리는 감정적 눈물이 있다. 또한 눈물에는 수분뿐 아니라 나트륨, 라소자임 등 눈을 보호하는 여러 항체가 들어 있다. 그 중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호르몬이 카테콜라민이라 한다.

카테콜라민은 슬픔이나 화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일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 중 하나인데, 이 것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우리 몸에 쌓이면 독이 된다. 눈물은 이 독을 품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감정적 눈물을 흘릴 때 많이 포함되어 나온다. 나트륨 또한 그렇다. 그러니 짭조름한 눈물일수록 마음 저 밑바닥에 있는 슬픔과 분노를 끌어 올려 밖으로 배출되어 우리의 감정이 정화되는 것이다.

억압된 감정이 쌓일 때, 내 편이 남의 편이 될 때 짭조름한 눈물을 흘려 마음의 상처를 다독여 보자! (제목으로 쓴 `짭조름한 눈물의 힘'은 출판사 서평에서 인용하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