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향기, 그리고 교육
냄새·향기, 그리고 교육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1.12.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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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선향을 피워주시겠습니까?'성덕임은 기억을 잃어버린 영조임금께 지난 일을 고하기 위해 먼저 선향을 피워달라고 부탁했다. 잃어버린 기억은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이 죽던 날 영조임금과 어린 생각시 덕임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다. 덕임은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영빈이 세상을 떠난 갑신년의 일이옵니다. 어린 생각시였던 소인은 제조상궁의 명으로 영빈의 조문을 가게 되었습니다. 후원에는 초롱등이 놓여 있었고 소인은 그 초롱등을 길잡이 삼아 영빈의 빈소를 찾았나이다. 노란빛 촛불이 일렁이고 방 안에는 선향이 가득하였습니다. 전각 밖은 무덥고 후덥지근한데 전각 안은 유독 서늘하였습니다. 그리고 소인은 전하를 뵈었습니다.”

노랗게 일렁이는 촛불이나 서늘한 방안 공기, 또는 초롱등을 요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영조임금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덕임이 요청한 것은 선향 즉 향 냄새였다.

모든 인간의 감각이 그렇지만 후각 역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 연구팀은 `제브라 피쉬'를 이용해 성(性)을 구분하거나 위험을 느끼는 것과 같은 후각정보는 유전적으로 타고나지만 후천적으로 인지하게 되는 음식 냄새는 뇌의 다른 부분에서 인지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 연구팀에 의하면 생물의 후각 중 15%만이 유전적 즉 선천적으로 나타나고 냄새에 의한 반응 대부분인 85%는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이라 한다.

연구자들은 냄새에 의한 반응이 학습 되었다는 근거로 냄새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가 비슷하다는 점을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물, 과일 냄새는 좋아하지만, 썩은 식품, 배설물 냄새 같은 것은 싫어한다. 질병을 옮기는 것들의 냄새를 싫어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싫어하는 냄새란 없다고 한다. 실제로 갓난아기들은 똥 냄새나 썩은 냄새에 대해 그다지 싫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우리가 싫어하는 대표적인 냄새들에 대해 특별한 혐오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구수한 보리밥 냄새를 맡고 마당 평상에 상을 펴고 먹던 어린 시절 여름 저녁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냄새는 상황을 부르고 상황 속에서 느꼈던 여러 감각을 되살려낸다. 냄새가 기억 속 경험과 연결된 모든 종류의 표상을 불러내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른 감각에 비해 냄새는 기억을 불러내는 힘이 크다. 냄새는 즉각적이고 물리적인 현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냄새와 관련된 기억은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냄새 자체의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냄새와 관련된 기억이다. 냄새 감각, 후각이 특별한 것은 학습 되며, 그 학습은 상황 즉 냄새와 관련된 기억과 함께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이렇게 학습 되는 후각에 대해 교육 분야에서의 대접은 참 야박하다. 교육과정에서 냄새 또는 냄새 맡기는 과학 교과에서 오감을 이용한 관찰 기능으로 다룰 뿐 관련 교육 내용이나 활동이 거의 없다. 하지만 물건을 파는 마케팅에서의 관심은 다르다. 오감 브랜딩을 연구한 마틴 린드스토롬에 의하면 인간의 감각 중 그 중요도를 보면 시각이 58%, 후각은 45%, 청각은 41%, 미각은 31%, 촉각은 25%의 순이라고 한다. 보고 듣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냄새 맡고 맛보고 만져보는 경험이 물건의 구매에는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황적 지식, 실제적 지식이 강조되는 이때 후각, 미각, 촉각이 가져다 주는 학습의 시너지를 생각하면 이제라도 오감 교육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다양한 감각, 쓰고 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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