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남주동 개발에 대한 단상
청주 남주동 개발에 대한 단상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12.1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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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의 원도심 중 한 곳이 남주동이다. 남주동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전통시장의 원형이 살아있는 공간이다. 한때 여인숙 골목이라고 칭할 정도로 이곳은 빈곤층과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특히 17번 국도 개설 이전 청주에 먹거리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던 실질적인 장소였다.

청주 도심이 현대화로 급변했지만, 남주동은 현재까지도 일본식 가옥과 장옥의 흔적, 남주동해장국 등 일제강점기에서 1960~1970년대에 걸쳐있는 생활사 자료들이 공간 속에 살아남아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남주동의 역사성이 담긴 건축물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밀집된 가옥 덕분이다. 좁은 골목이 실타래처럼 이어지며 빼곡하게 들어앉은 가옥들은 보상가와 맞물리게 되면서 개발 붐에서 빗겨나 있었다.

그랬던 남주동이 원도심 개발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낙후한 도심지에 대한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대형건설사들도 남주동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에 큰 관심이 있다는 소식이다. 청주시도 공동화되어가는 원도심을 살리고 깨끗한 주거환경으로 변화시켜 지역경제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에 관심 없는 이들에겐 가로주택정비사업이란 말도 생소하지만 최근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도심권 아파트 분양은 귀가 솔깃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과는 다르다. 도로와 붙어 있는 노후주택을 소규모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이 사업은 기존의 도로, 상하수도, 공원, 공용주차장 등에 대한 추가 부담없이 재건축이 가능하다 보니 비용부담이 적다. 대규모 조합주택과 달리 조합원이 적어 개발을 원하는 주민이 많으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 주민의 거주를 전제로 진행돼 사업 기간 단축과 일반분양 주택공급으로 주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사업 기간이 짧은 만큼의 이익은 물론 거주민들은 일반아파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세금 절감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일반적인 기부채납도 가로주택정비사업지구는 완화된 규제가 적용되다 보니 개발을 희망하는 주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아파트 가격 상승이 치솟는 상황에서 남주동 거주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더구나 내 땅 내 마음대로 개발한다는 자본의 논리로 잣대를 들이댄다면 개발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제는 남주동의 현실이다. 이곳에는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작은 연립이나 아파트들이 있고, 경제력이 없는 이들은 개발되면 갈 곳이 없다.

소형 연립이나 아파트는 건설사에서 관심이 없다. 비용대비 경제적 가치가 덜하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 옆으로 빈민촌이 공존하는 이상한 형태의 남주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가 하면 원도심 개발에 앞서 기반시설도 문제로 떠올랐다. 폭이 유난히 좁은 도로인데다 도시기반시설이 없고, 오수관로도 없고, 도시가스시설도 없는 남주동의 현실에 대해 방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한 블록 건너에 있는 중앙공원을 청주역사공원으로 조성하며 문화재 인근지역에 대한 고도 제한에 대한 기준도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이 다는 아니다. 개발만 앞세우고 주민의 현실적 삶은 고려하지 않고 추진되는 사업이라면 원도심 살리기라는 명분도 잃게 된다.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대립적 시각이 아니라 남주동 일대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지역적 특성을 살펴보고 개발사업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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