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으로 돌아가야 할 때
1년 전으로 돌아가야 할 때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12.1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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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외계인과 관련된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그들이 인간보다 우월한 문명을 가지고도 지구를 침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구를 정복한다 해도 곳곳에 잠복해 진화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종류의 바이러스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지금 지구를 덥치고 있는 코로나 사태를 보면 이 얘기가 실감나게 들린다. 면역 시스템이 인간과 다른 그들에겐 감기 바이러스만 200종이 넘는 지구에서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돼 횡액을 당할 지 모를 일일 터이다.

바야흐로 바이러스가 외계인 대신 지구의 정복자가 될 태세다. 집단면역을 장담했던 백신은 하릴없이 뚫리고 지구인들의 일상은 하염없이 쪼그라 들었다. 세계 경제도 코로나 변종이 출현할 때마다 요동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전염병연구소장이 오미크론 변이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벌언을 내놓자 전 세계 주식시장이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성품도 비열해 주로 약자들에게 고통을 준다. 사망자 대부분이 60대 이상 노인들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직격탄을 맞고 생계를 위협받지만 코로나 와중에도 활황을 유지한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 자산가들은 부를 챙겼다. 정부의 청소년 코로나 백신 의무화 정책을 놓고 사회적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 극복을 위한 유·무형의 사회적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마스크를 벗을 날은 요원해 보인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하루 7000명을 넘기고 위중증 환자도 800명대에 달하고 있다. 누적 사망자는 4000명울 돌파했다. 수도권에서는 병상이 부족해 중증 환자들조차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일일 확진자 1만명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설마하던 의료대란이 목전에 닥쳤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달 초 거리두기를 완화하며 하루 1만명까지 신규확진자를 감당할 수 있다고 호언했으나 허풍에 그쳤다.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은 늘 최악의 싱황을 가상하고 설계해야 한다.

정부가 방역 모범국이라는 국제적 찬사에 도취해 코로나 추이를 낙관한 것은 큰 실책이었다. 감염 확산에 대비한 의료인력과 병상 확충에 태만한 대가를 지금 호되게 치르고 있다. 방역 낙제국가로 낙인찍혀 우리와 비교됐던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실패를 교훈삼아 촘촘하게 의료 시스템을 보강해 코로나 발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정부의 상황인식이 엄중해 진 것 같지 않다. 부랴부랴 방역패스 확대와 추가접종 간격 단축, 병상 추가확보 등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표 관리를 하느라 화를 키우고 있다는 엉뚱한 비판까지 제기된다.

거리두기 재강화가 유일한 해법이다. 물론 방역의 고삐를 조일 때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숨통이 조여드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경제와 방역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처지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는 의료 전문가들의 권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감염 확산세를 조기에 잡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을 현실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말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추진했던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와 `오후 9시까지 영업제한' 조치가 가장 강력한 방역효과를 거뒀다고 밝힌 바 있다. 그 1년전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우선 여야는 경제적 약자의 손실 보상을 놓고 50조원이니 100조원이니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구체적 시행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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