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데스크 주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27 2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성과 전문의식 결여된 씁쓸한 교단
이 재 경<부장(천안)>

지난 주에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여자아이 둘이, 그 수준이 보통이 아닌 체벌을 받았다.

부모들에 따르면 선생님이 매로 사정없이 온 몸을 때려 곳곳에 피멍이 든 채 집에 들어왔다.

충격의 강도를 세게하기 위해 매를 거꾸로 들어 볼록하고 묵직한 손잡이 부분으로 손등과 배, 허벅지까지 때렸단다.

부모들이 교사에게 항의했으나 아이들이 잘못한 거라는 말만 듣게 되자 급기야 교육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올렸다.

기자가 취재에 나서자 교육청이 바빠졌다. 진상조사팀을 내려보내고 교사에게 학부모와의 '합의'도 종용했다.

합의가 잘 됐나보다. 처음에 분을 삭이지못해 기사화를 요구하던 부모들이 갑자기 말을 바꾼다. "서운한 건 사실이나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같다.", "기사를 내지 말아달라"고 한다. 기사화 여부를 놓고 고민을 시작했다. 피해 당사자가 원치않는 기사라면 안써도 될까. '있었던 사실'이라면 쓰는게 옳지 않을까. 기사화를 작심한 기자가 사실확인을 하려하니 이젠 접근이 안 된다. 해당 교사는 "학부모에게 물어보라"고 바통을 넘기고, 맞은 아이들 부모는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한다. 교육청 초등과장으로부터 '진상파악후 조치'를 약속받고 물러서고 말았다.

이번엔 중학교 얘기 한 토막.

지난달 말 기말고사를 치르고 신이 나 했던-잘 봤던 못 봤던 아이들은 시험이 끝나면 무조건 좋다- 중학교 아이들이 느닷없는 재시험 통보에 약이 바짝 올랐다.

시내 2개 중학교에서 출제한 미술, 수학 2개 과목 시험문제가 학원가에서 예상문제로 찍어 냈던 것과 30∼40% 가까이 똑같았다. 아이들 입소문에 놀란 학교들이 확인해보니 2년 전 기출(旣出)문제와 같은 것들이 그대로 토씨하나 바뀌지않고 나왔다. 부랴부랴 새 문제를 만들어 지난 13일 재시험을 치렀고, 느닷없이 시험준비를 2중으로 해야했던 아이들이 입이 댓발이나 나왔다. 학교에 시험 출제를 관리감독하는 심의기구인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있는데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교육청이 해당 교사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이게 교사 개인만의 탓일까. 국민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까지 여겨지던 '교단'이 이젠 쉽게 노출돼 학부모들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 대한 체벌은 적어도 30∼40여년 전 필자의 '국민학교'때라면 크게 얘깃거리가 되지 않았다.

지름 2∼3의 매를 거꾸로 들어 맞았다고 신고 있던 플라스틱 재질의 슬리퍼를 벗어서 학생 얼굴을 때리던 선생님들도 있었다. 하필이면 중학교가 필드 하키부를 육성하던 곳이어서 하키 스틱으로도 맞아 봤다. 이유없이 단체 기합으로 '줄 빠따'를 맞아 엉덩이가 피고름이 날 정도로 해졌어도 집에 와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부모들은 당연히 맞을 짓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학생들도 그렇거니 했다. 시험문제가 1년 전에 나왔던 것과 똑같더라도 모르는 아이들이 전부였다. 시대가 변했다. 누구나 학원을 다니고 있고, 특정 과목에서 선생님들보다 지식이 많은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다보니 교사들도 이젠 배우면서 가르쳐야 한다. 매일 새 교수방법과 아이들에게 줄 지식을 쌓고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금세 자질부족 교사로 낙인이 찍힌다. 이런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몇몇 동료들의 실수로 싸잡혀 비난을 받는다. 교단 진출을 꿈꾸는 사범대 학생들은 늘 열 몇가지가 되는-정형화된 것은 아니지만- 교사가 갖춰야 할 덕목을 새긴다. 리더십과 인내심, 열정, 교과전문지식, 건강, 표현력, 인성함양, 꿈 등….

앞서 언급한 두 사례는 인성과 전문지식의 결여로 발생한 것임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