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2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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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많이 옵니다
김 익 교<전 언론인>

방아다리 연꽃마을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동네가 도시와 인접해 조용하고 아담한데다 주변환경이 깨끗하기 때문입니다.거기다 연꽃이 어우러져 손짓을 하니 손님들이 찾는 것은 당연하지요.오늘은 소나기가 오락 가락하는 날씨인데도 많이 오셨습니다.

비오는날의 연밭은 더욱 운치가 있습니다. 널찍한 연잎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수정구슬같이 튀고 구르는 것을 보면 새삼 자연의 변화 무쌍한 섭리를 느끼게 됩니다. 지난달 학교 단위로 체험온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이 "연잎에는 왜 물이 안 묻고 구슬같이 굴러 떨어져요"였습니다. 연잎의 표면을 살펴보면 흰색의 미세한 섬모로 덮여 있고 만져보면 까실까실 합니다. 이 섬모 때문에 빗방울이나 물이 묻어도 바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지요. 연잎은 크기에 비해 줄기가 가느다랗고 수면위로 길게 올라와 있습니다. 때문에 넓은 잎에 물이 고여 있으면 무게를 못이겨 줄기가 꺾어지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조화입니다. 제 몸둥이 꺾이지 말라고 잎에 물방울이 구르도록 방어수단을 갖춘 것이지요. 연뿐만 아니라 토란 등 잎이 넓고 줄기가 긴 대부분의 식물들은 잎에 섬모가 있어 똑같은 기능을 합니다. 왜 연잎에 물방울이 구르는가를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가 하면 연잎에 떨어지는 장대비가 부서지는 보석 같이 흩어지는 것을 보고 탄성을 지르는 손님들이 초등학생들과 똑같은 질문들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연꽃마을이 매스컴에 알려진 후 오늘까지 하루 평균 50여통의 문의, 예약전화가 쇄도하고 전국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방문을 합니다. 농촌에 일손이 바쁘니 손님맞이는 당연 이장님과 사무장님, 그리고 황토방 운영과 바이오 약용작물을 재배하는 제몫입니다. 손님응대에 두분은 걱정이 없습니다만, 저는 원래 인상과 말투가 부드럽지 못해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칫 손님들이 오해나 하시지 않을까 있는 대로 겸손해하고 어거지로 표정관리를 하다보니 얼굴 근육이 당기기까지 합니다. 거기다 가슴 아픈 일은"여기 이게 바이오 약용식물입니까." 약초포지를 돌아보며 신기해 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조심하시라 일렀거늘 자식같이 기르는 희귀약초를 마구 뜯는가 하면 밟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손님인데 화를 낼수도 없고, 먼데서 오셔서 구경좀 하시겠다는데 안 된다 할수도 없고, 마음이 날씨만큼이나 우중충합니다. 며칠 손님들과 어울리다보니 하우스에, 포지에 일이 잔뜩 밀려 있습니다. 또 8월 한 달 예약 손님들이 들이닥칠 판이니"자연과 더불어 약초 키우고 글이나 쓰면서 고고하게 살려고 했던 것이 사치였다"는 생각이 들자 와락 짜증이 났습니다. 저녁식사 후 일찌감치 "방아다리편지"를 쓰려고 이층 팔각정으로 올라와 열심히 노트북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아내가 수박을 썰어 왔습니다. 날마다 손님 상대하느라 마음고생 하는 남편이 안쓰러웠는가 봅니다. 아내 역시 수박접시를 들고 온 것이 어색한지 표정관리를 하더군요. 이래저래 요즘 우리는 표정관리 하느라 고생 많이 합니다. 아내의 마음이 담겨서인지 오늘따라 수박맛이 기가 막힙니다. 이 편지 보신분들은 복날이라 생각하시고 가족들과 수박파티나 한 번 해 보시지요. 몸과 마음이 시원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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