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겐 `물고기 잡는 법'의 지혜를
아이에겐 `물고기 잡는 법'의 지혜를
  • 강창식 충북도 기획팀장
  • 승인 2021.12.0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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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강창식 충북도 기획팀장
강창식 충북도 기획팀장

 

3년 전 이맘 때쯤 필리핀 세부로 여행 갔던 일이 기억난다. 필리핀은 온 지역이 일 년 사시사철 덥고 습한 아열대 지역이다. 덕분에 겨울철도 기온이 섭씨 30도를 오르내려 난방비 걱정 없이 어느 곳이든 살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부는 스노쿨링과 호핑투어를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게다가 싼 값에 여러 가지 고급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매력까지 있어 한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 세부는 대표 관광지답게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강한 법. 세부에는 갑부도 많지만 슬럼지역 빈민 숫자는 실로 엄청나고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구걸하여 하루 1~2달러로 연명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아이들은 스스로 거리로 나오기도 하지만 부모들이 거리로 등 떠미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내 어떻게든 관광객들에게 1달러라도 얻어내려는 그 아이들을 바라보자면 측은함과 동정심이 절로 샘솟는다.

하지만 현지 여행가이드는 이를 무척 경계한다. 만일 한 아이에게 1달러를 주면 주변에 숨어 있던 아이들이 떼거리로 튀어나와 자기들에게도 1달러를 달라며 매달릴 것이니 아예 못 본 셈 치라고 한다.

그 아이들은 학교를 꿈도 꿀 수 없다. 그저 하루살이로 살아갈 뿐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된 데에는 그 부모들의 그릇된 생각이 한몫한다. 1~2달러를 벌자면 공사장 같은 곳에서 힘든 노동을 해야 하지만 아이들이 구걸해 벌어오는 돈은 아주 손쉽고 달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달콤한 유혹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순 없다. 아이들 나이가 서넛에서 대여섯 정도면 동정심을 자극하기에 최고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더 구걸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성장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한마디로 그 사회에서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구걸하느라 일을 배우지도 못해 할 수도 없고 공부도 한 게 없으니 사회에 쓰여질 곳도 없다. 그러니 마약에 쉽게 노출되거나 폭력집단 같은 곳에 휩쓸릴 가능성이 커진다. 불쌍한 아이들에게 베풀었던 관광객들의 호의가 되레 아이들을 망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런 비슷한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자녀들을 위해 과도한 돌봄과 사랑을 베푸는 부모가 바로 그들이다. 아이들의 학교 숙제는 물론 그림 그리기, 만들기와 같은 과제물을 부모가 직접 챙겨 아이들을 구경꾼으로 만든다. 대학 입시도 부모가 직접 뛰어다니고 아이들이 판단하고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 할 일까지 부모가 간섭하고 손수 대신해 주니 아이들이 점점 바보로 변해간다.

사정이 이쯤 되면 아마 군대도 아이 대신가 주었으면 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아이가 어려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고 그런 아이를 위해 뭔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기도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의 삶은 아이가 느끼고 깨닫고 스스로 판단하면서 세워나가는 것이다.

설령 그 과정에서 실패하고 상처받고 어려움에 처할 수 있지만 그러면서 아이의 삶은 더 단단해지고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목으로 커 나갈 수 있다. 아이의 삶은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세워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수백 마리의 물고기가 아닌 바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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