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먹어볼까, 마음?
다시 먹어볼까, 마음?
  •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 승인 2021.12.05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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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올해 새롭게 눈을 뜨면서 매일, 매주, 매월 뭔가를 꾸준히 하고 싶었다. 미치도록 하고 싶었지만 죽도록 안 해서 그런지 간절함이 덜 해서 그런지 12월이 돼서야 다시 고백한다. `인생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거 하나 없다.'고. 어쩌면 생은 미완성인 채로 완결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시간을 낭비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자기 합리화에 자신을 우겨넣고 있다. 따뜻하고 싶은 연말이 되면 괜스레 푸근하도록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우며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은 게지'한다. 몇십 년은 무한 반복 모드를 장착한 것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생각과 말과 행위를 하며 다시 올해라는 시간을 몽땅 보내고 있다.

마음을 먹고 너무 소화를 잘 시킨 건가, 아니면 아직도 목에 걸려 넘기지 못하는 걸까. `마음먹기'와 병행되는 행위가 동반된 삶의 간극은 도대체 나약한 나로서는 가늠할 길이 없다. 내게 살아냄의 삶은 이렇게 늘 서스펜스 영화 장르 같다. 그림책 <마음먹기>는 사람이 `마음'어떻게 요리하고 먹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메뉴판을 제시한다. 별난 메뉴에 등장하는 `마음절임'은 마음이 간절할 때 먹는 거란다. 찢어진 마음을 붙이고 싶을 때 먹는 `마음부침', 이렇게 `마음'이 먹어 진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펼쳐질까 생각만 해도 유쾌해진다. 글 작가 자현은 사람들은 자신(마음)을 가지고 요리조리 `나(마음)를 뒤집고 들들 볶다가 마구 뒤섞더니만 바싹 졸이고 엄청 뜨겁게 데웠다가 때론 새카맣게 태우기도'한다면서 우리가 평소에 마음을 어떻게 다루는지 말한다. 이렇게 단어와 문장으로 쓰고 보니 그동안 나 역시도 내 마음을 마음껏 되는대로 요리해서 먹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매우 간명하게 조언한다. 일상 레시피로 만든 마음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버리라고.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이렇게 간명하고 명쾌하게 마음먹은 대로 했다가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사실 마음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까 심리학이니, 치유니 하는 것들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글 작가 자현은 시작이 반이니 마음먹기는 그 시작과도 같다고 하지만 사실, 마음먹는 것은 어려운 것도 중요한 것도 아니다. 나에게는 그랬다. 늘 마음은 가득가득 먹지만 허기만 지고 차려놓은 먹음직스러운 `마음먹기'는 작심삼일 안에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이런 나를 구제하고 다독일 마음도 내 마음밖에 없다. 믿을 수 없는 내 마음을 나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하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런 모습도, 저런 마음도 아주 찌질해도 나는 나인 것을. 물론 매일 어제는 없었던 것처럼 오늘이란 날에 새로 마음을 요리해 아침상에 올린다. 비록 먹은 마음이 하루 채 가지 못해도, 오히려 은근한 반항으로 마음먹은 것을 안 하기도 하지만 반항도 급하게 요리해 먹은 마음이고 내가 만든 것이니 내가 먹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소화가 안 될 수 있는 `마음먹기'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꾸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건 이미 해 봤는데 정말 영양가 없는 `마음먹기'요리라는 것을 조금 살아보니 알 것 같다. `마음먹기'요리로 한 가지 중요한 레시피를 알았다면 요리해서 먹으면 탈이 나는 마음, 상처받아 버리는 `마음먹기'는 되도록 피하는 노련함이 생긴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생의 커다란 지혜로서 만족한다. 이제 곧 새로운 올해가 올 것이다. 지금처럼 나는 매일 `마음먹기'요리로 하루, 한 달, 반년, 한해를 살 것이다. 새로운 `마음먹기'요리를 개발해 볼까, `마음먹지 않기'마음먹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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