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받아 마땅했던 무상급식 갈등
비난받아 마땅했던 무상급식 갈등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1.12.05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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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취재팀)
석재동 부장(취재팀)

 

온 동네를 시끄럽게 했던 충북도와 도교육청 간 무상급식예산 갈등이 이시종 도지사의 출구전략성 `합의파기 부인' 발언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갈등상황에서 보여준 양 기관의 대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충북도는 사전 설명 없이 무상급식예산을 감액편성했고, 김병우 교육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지사를 저격했다.

이 지사와 김 교육감에게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건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갈등의 희생양으로 삼으면 안 된다. 갈등을 푸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건 파렴치한이다. 아이들에게 `존중의 가치'를 가르쳐야 할 어른들이 서로 존중하지 않고, 네 탓 공방만 벌였다면 그것도 문제다.

도는 재정여건이 녹녹지 않았다면 도교육청과 시·군에 먼저 상황을 설명하고, 일을 처리했어야 한다.

이 지사는 지난달 30일 열린 도의회 제395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무상급식예산 감액편성과 관련해 “무상급식과 관련해 도는 내년도 예산을 삭감한 적도, 합의 파기하겠다고 선언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도의 재정여건상 당초예산에 다 담지 못한 것일 뿐이며 담지 못한 부분은 (내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토록 할 것”이라고 했다.

`말장난'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감액편성을 설명하지 않은 자체가 도교육청으로서는 `합의 파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내년 추경에 반영할 것이라는 사전설명만 있었더라도 이번 갈등은 없었을 것이다.

김 교육감이 보여준 SNS 활동도 갈등을 해소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네 탓만 강조하면서 갈등을 증폭시켰다.

김 교육감은 지난달 30일 새벽 자신의 SNS에 `어린이집 교육회복지원금 논란 종식을 위해 확인해 둘 점'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도의 유치원생 외 취학 이전 아동에 대한 재난지원금 미편성문제를 지적하면서 “`전국 최초 무상급식 모델 창출'을 자랑해왔던 충북이 이제는 `무상급식 꼴찌'인 경북 모델이 부럽다?”라고 도를 비난했다.

이는 내년도 예산에 무상급식예산을 삭감편성하면서 도에서 분담비율을 조정한 경북 사례를 들어 재합의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저격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 교육감의 이 표현에선 이 지사와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마저 느껴졌다.

싸우는데도 `금기'가 있다. 상대방의 출신이나 가족을 건드리는 건 사생결단을 내자는 소리나 마찬가지이다. 정치인에겐 주요공약을 부정하거나 상대 정당이나 정파와 동급으로 비교하는 게 그렇다. 무상급식은 이 지사의 대표공약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국민의힘 소속이다. 그것도 무상급식에 가장 소극적인 단체장이다.

이번 갈등과정에서 양기관장의 발언에선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신이 처한 입장만 있을 뿐이었다.

존중하지 않는 사람 간의 갈등은 일단락될 순 있어도 해결될 수는 없다. 이번 갈등이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여전히 찜찜한 뒷맛이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명한 건 무상급식은 충북이 타 시·도에 앞서 도입한 잘한 정책 중 하나이고, 흔들림없이 유지돼야 하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양 기관은 도내 미성년자의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는 공동임무를 부여받았다. 부족한 것은 상호보완하며 정책을 풀어가라는 게 도민들의 준엄한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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