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과학전람회를 다녀와서
전국과학전람회를 다녀와서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 승인 2021.12.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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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지난달 전국과학전람회 올해의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리핑실에 다녀왔다.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충북 학생들이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동시에 충북으로 가져온 것은 67년 과학전람회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기자 브리핑실에서는 국립중앙과학관장의 전람회 개요 현황 설명과 심사위원장의 심사평이 이뤄졌다.

대통령상을 받은 충북과학고 학생들(김도율, 김연욱, 정광혁)은 화학반응의 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하다가, 색깔의 변화를 통해 반응속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한 생각이 모여 이미지 분석을 통한 정량 분석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었다. 머신 러닝과 파이선 등 다양한 정보 기술이 포함됐으면서도 레고로 만들어진 시스템 속에서 학생들의 작품임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새롭게 다가왔다. 심사위원장의 심사평 속에서 학생들의 창의성을 칭찬하는 내용에 적극 공감했다. 충북의 아이들이 충북을 빛내는 순간이다.

또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충북과학고 학생들(노수빈, 이승환, 안연수)은 사람마다 그네를 타는 모습이 다른 것에서 착안해 무게중심의 위치에 따라 그네를 타는 사람들의 전략을 분석해보고, 최적의 그네타기 전략을 끌어냈다. 이 작품 또한 그네 타는 로봇 모형을 제작해 직접 작동시키는 정보 시스템을 구안한 것이 창의적이다. 이론적으로 수식에 의해 계산해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물리 콘텐츠를 그네타는 로봇으로 전환시킨 내용 자체가 부담없이 접근하도록 돕는 작품이다.

왜 우리나라는 그렇게 열심히 교육이 이뤄짐에도 노벨상이 하나도 없을까? 자기주도성이 결여된 것은 아닐까? 정말 고민하고 시도하고 체득된 땀방울이라면 여태까지 노벨상이 없지는 않았을 텐데….

과학전람회는 작은 과학자들의 수많은 탐구를 담고 있다. 단지 수상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작은 과학자들의 땀방울은 훗날 과학자들의 실험실로 이어질 거라 믿는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노벨상 수상자들의 강연을 더 이상 외국어로 듣지 않고 한국어로 듣게 되지 않을까?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충북이 가져오는 바람에 뒤로 숨겨지기는 했지만, 최우수상 2개를 가져온 교원들의 작품에도 많은 땀방울이 있다. 출품한 학생들의 창의성과 노력도 두드러지지만, 이를 뒤에서 뒷받침한 교사들(임종일, 정도일 등)과 담당 연구사의 지원, 바쁜 일정 중에도 거의 무보수로 컨설팅을 해주었던 많은 이들의 노고가 숨어 있다. 올해 초부터 이러한 결과가 있기까지 함께하면서 울고 웃었던 많은 장면이 영화처럼 스크린이 되어 지나간다.

과학전람회가 일상생활 속에서 생기는 호기심을 과학적인 탐구로 승화시키고, 도전해 창의적으로 연구하는 본래의 취지를 잘 살린다면 대학가기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충만함을 주는 귀한 기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발견의 기쁨에 가득 차 유레카를 외치고 목욕탕에서 뛰어나왔을 뿐만 아니라 모래 위에 원을 그리며 연구에 몰두하다 로마 병사가 원을 밟자 내 원을 밟지 말라고 호통치고 죽어간 아르키메데스의 열정을 미래 세대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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