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정쟁 도구로 안 된다
오미크론, 정쟁 도구로 안 된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1.11.30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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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남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델타변이를 초월한 새로운 변이가 출현해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WHO에서는 이 변이를 우려 변종으로 격상해 `오미크론'이라고 명명했다.

오미크론에 전 세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이 델타변이 보다 2배 많은 32개나 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세포를 뚫고 들어와 코로나19 감염을 유발하는 이 스파이크 단백질 돌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전파력은 더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이 델타변이에 비해 전염력이 5배 강하고 치명적일 것이란 추정까지 나오고 있다.

오미크론이 출현하면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던 전 세계 국가들이 다시 봉쇄조치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회복세를 기대했던 국제경제도 다시 악화 정국으로 전환되고 있다.

실제로 오미크론이 아프리카에 이어 유럽, 아시아로 빠르게 퍼지면서 이스라엘은 아예 모든 외국인을 입국 금지시켰다. 미국도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남아프리카 8개국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했다.

오스트리아도 전면봉쇄를 결정했고, 영국 역시 남아공 등 아프리카 6개국에서 들어오는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일본·캐나다·홍콩·러시아·아랍에미리트(UAE) 등도 강력한 입국 규제 및 방역강화 조치에 나섰다.

단계별 위드 코로나 시작과 함께 확진자가 날로 폭증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오미크론 발발 소식에 비상이 걸리면서 일단 남아공 등 8개국을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을 막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난세 속에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로 인한 잡음이 연일 TV전파를 타고 신문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거대 양당의 상대후보 헐뜯기에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다.

단계별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뿔 난 민심을 조금이나마 추슬러 왔던 정부와 여당에 오미크론 출현은 정권유지를 향한 바쁜 발걸음에 찬물을 끼얹는 피폭제가 됐다.

가뜩이나 팽팽한 대선 판국에 또다시 국민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방역태세 강화조치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정부와 여당 입장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야당에는 오미크론이 이번 대선에 큰 지원군이 될 수도 있다. 오미크론이 우리나라에 상륙이라도 한다면 현 정부와 여당의 무능을 거세게 밀어붙일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정치적 면에서 보수·진보로 극명하게 갈라져 있지만 나라에 위기가 닥치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똘똘 뭉쳐 위기를 헤쳐나가는 국력을 과시해 왔다.

그러나 정치권은 나라에 위기가 닥치면 이 위기를 정권쟁탈의 기회로 삼아 국민 불안감과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데만 핏대를 올려 왔다.

아무리 권력이 좋다고 해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을 이번 대선의 정쟁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부는 과감한 선제 대응으로 오미크론이 우리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보다 철저한 방역정책을 시행해야 하고, 정치권은 여당 야당 따지지도 말고 더 현명하고 현실적인 방역대책을 마련해 정부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진정한 선진 민주정치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오미크론 감염자가 국내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허술한 방역태세로 대응했다가는 국민의 고통과 양보로 쌓아 온 K방역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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