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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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2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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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계국악단 증원 제정신인가.
권 혁 두<부국장(영동)>

얼마 전 영동군에서 충북도내 시장·군수협의회가 열렸다. 한 단체장이 만찬장에서 연주한 군립난계국악단이 부럽다며 영동군수에게 자리를 바꾸자는 농담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내악단도 아닌 오케스트라급 국악단의 영접을 받으며 즐긴 식사가 꽤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 단체장도 난계국악단 운영에 피 같은 군비가 얼마나 투입되는 지 알았다면 생각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1991년 창단된 난계국악단은 상근단원 22명(최근 늘린 2명은 제외), 비상근단원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상근단원으로 입단하면 공무원 8급 대우를 받는다. 수석과 부수석 주자는 7급, 부지휘자, 악장, 행정실장 등은 6급, 지휘자(현재는 비상근)는 5급 대우다. 올 예산서를 보면 상근단원 22명에 대한 기본급과 제수당, 복리후생비 등이 7억 8900만원이다. 비상근 단원 19명의 여비 3000여만원, 의상비 등 일반수용비 6000여만원에 연습실 운영비 등 기타 잡다한 경비까지 포함하면 연간 운영비는 9억원이 넘는다. 국악(國樂)단임에도 불구하고 국비 지원은 한푼도 없고 전액 군비로 충당한다.

재정자립도 15.3%에 불과한 궁핍한 지자체가 출혈을 감내하며 중앙정부도 포기한 국악중흥의 사명감을 17년간 수행해온 것이다. 대한민국 국악계와 정부야 영동군의 국악에 대한 '초지일관'과 '일편단심'이 더 없이 가상하겠지만,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행정인지 확신이 서지않는다. 그렇다고 정부가 영동군의 열정에 대해 콧방귀라도 뀌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난 2001년부터 군민들이 서명, 진정까지 하며 국립국악원 분원 건립을 애소했지만, 2004년 전남 진도군에 세워버렸다.

난계국악단이 처우에 못미치는 활동을 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30여차례의 외부 공연을 통해 난계의 도시 영동을 전국에 알렸고, 지역 동호인들을 위해 무료로 국악강습을 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일본 오사카 공연때는 '객석의 일본인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는 가슴 뿌듯한 보도자료가 군청에서 나오기도 했다.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는 단원들의 절반 가까이가 얼마 후 '대학생 수준도 안 된다'는 치욕적인 총평을 들으며 무더기 해촉된 것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말이다.

영동군이 비상근까지 포함해 41명이나 되는 난계국악단이 아직도 왜소하다는 판단을 내린 모양이다. 군은 최근 두차례의 해촉단원 충원과정에서 상근단원을 2명 더 뽑아 24명으로 늘렸다. 국악담당은 "조례상 40명까지도 상근단원을 둘 수 있다"며 "앞으로 계속 단원을 늘려가겠다"고 호언했다. 조만간 군의회에 단원들의 제수당을 일반 공무원 수준으로 상향하고, 정년을 58세까지 보장하는 등의 처우개선안이 상정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일각에서 해체론까지 제기하는 국악단의 몸통을 궃이 불리려면, 첫째 군민의 의견을 묻고, 둘째 국비를 지원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찢어지는 형편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수억원씩 들여 40년 가까이 난계국악축제를 이어온 것만 해도 훈장을 서너개는 받을 일이다. 이제는 그 기나긴 노고에 대해 정부의 보상을 받아야 할 때다. 설득이 안 되면 떼거지라도 써서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지, 더 이상 빠듯한 군비를 쪼개서는 안 된다.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모르고 비용만 따지는 '속물'이라고 그런 얘기는 하루벌어 하루 먹기도 힘들다는 시장상인들이나, FTA가 뭔지도 모른 채 오늘도 포도밭에서 몸을 태우는 농민들에게 해주길 권한다. 영동은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사절을 영접하는 중세 유럽의 왕궁이 아니라, 쓰레기매립장 조성비용이 모자라 30억원을 빚낸 가난뱅이 지자체다. 따라서 시장·군수협의회나 투자양해각서 체결식 같은 의전행사 동원보다는 난계국악단이 지역에 구체적인 과실을 안길 수 있도록 운영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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