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감세공약 경쟁인가?
누굴 위한 감세공약 경쟁인가?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11.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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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눈 떠보니 선진국'의 저자 박태웅은 책에서 서울 전철 역의 편중 현상을 지적하며 부동산 문제를 꼬집는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전철역 보유현황을 보면 강남의 땅값이 오른 이유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가 28개로 가장 많다. 송파구가 20개, 서초구가 18개를 차지하며 강남 3구가 모두 상위 5위권에 들었다. 반면 강서·광진·마포·강동·강북 등 11개 자치구는 2~3개에 불과했다.

노선 현황도 다르지 않다. 6개 노선이 통과하는 강남구와 서초구가 1등이다. 송파구는 4개 노선이 지난다. 비강남의 6개 구는 3개, 5개 구는 2개 노선에 불과하다. 전철역이 신설된 지역은 이른바 `역세권'으로 분류돼 땅값이 폭등한다. 28개 역세권을 거느린 강남구에 땅부자들이 몰려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상한 일은 강남 3구가 전철역을 독차지하고 서울의 이권을 독식하는 현상이다. 서울시의 경제·교육·문화 인프라의 20% 이상이 강남3구에 몰려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전철역이 집중되다보니 인프라가 두터워졌는 지, 인프라가 몰려 전철역을 늘릴 수밖에 없었는 지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정부는 수요가 발생해 역을 신설할 수 밖에 없었다며 후자를 주장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선제적 수요 예측, 기민한 대책 수립, 신속한 추진 등 우리 정부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온갖 장점이 망라된 모범적 행정이 강남3구에서만 펼쳐졌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박태웅은 재산공개 의무를 갖는 고위 공직자 40% 정도가 강남에 집이나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방송 보도를 인용하며 “말과 행동이 다를 때는 언제나 행동이 진실을 가리키는 법”이라고 했다. 강남의 집값과 땅값을 잡겠다며 동원한 부동산 정책들이 늘 헛발질로 끝나는 이유, 정책을 밝힐 때마다 “이번에야말로 부동산 부자들이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한 말이 늘 엄포로 끝나는 이유는 정책 입안자인 그들의 행동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즉 국민에게 하는 말과 달리 자신들은 여전히 강남 투자에 승부를 거는 기만적 행동이 정책 실패의 진실을 가리킨다는 결론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얼마 전 대표적 부동산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공약했다.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는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종부세는 과도한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발생한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종토세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후 찬반논란 등 숱한 곡절을 겪은 끝에 시행에 들어갔다.

윤 후보는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해 물리는 징벌적 세금'이라며 종부세에 반대해 온 소속 정당의 입장을 반영했을 터이다. 하지만 국가를 경륜하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가 종부세가 부과될 상위 3.7%만 쳐다보고 엄청나게 벌어진 자산 격차로 상실감에 빠진 서민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도 양도소득세 면제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민주당은 1주택자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려 종부세의 날을 무디게 한 바있다.

연전연패하는 부동산 정책에 이어 여야 담합으로 부동산 세제마저 구멍이 숭숭 뚫릴 판이다. 이들은 국민은 증세를 원치않는다고 말하지만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여론 팔이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지않을 수 없다. 여야의 감세 공약은 정부의 지갑을 축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후보들은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복지공약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 역시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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