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현재를 기록하다
문화재의 현재를 기록하다
  • 임주현 충북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2팀장
  • 승인 2021.11.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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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임주현 충북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2팀장
임주현 충북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2팀장

 

충북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팀은 매일같이 카메라를 들고 문화재를 방문한다. 웅장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을 묵묵히 바라보는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 더운 여름 큰 그늘막이 되어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청주 압각수, 아름드리 소나무숲 속에 자리 잡은 99칸 보은 우당 고택, 산속 홀로 외로이 있는 영동 박사삼 묘표를 오늘도 사진으로 기록한다.

화재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할 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비는 단연 카메라이다. 문화재의 현황과 특이사항을 기록하기에 카메라만큼 편리한 도구도 없다. 액정을 보고 셔터를 누르면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된다.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내가 보고 느낀 것을 바로 공유할 수 있으며, 이제는 지나간 과거가 되어버린, 셔터를 누를 당시의 생생한 현재를 느끼게 해준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굉장히 간단하다. 피사체를 바라보고 반 셔터를 눌러 “삐빅!” 초점이 맞는 것을 확인한 후 셔터를 끝까지 누른다. 이게 다다. 스마트폰은 더욱 간편해서 터치 한번이면 족하다. 하지만 모든 사진이 다 잘 나오진 않는다. 카메라가, 사진이 그렇다. 잘 찍기란 어렵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구도다. 기본적으로 깔끔한 구도의 사진은 안정감을 준다. 안정적인 구도는 자칫 개성 없는 심심한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기본은 한다. 깔끔한 구도는 수평, 수직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하며 주요 피사체를 화면의 중앙에 위치시킬지, 삼분할 지점에 위치시킬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구도가 정해졌으면 이제 남은 것은 셔터를 누르는 일이다. 보통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카메라나 스마트폰에서 설정해준 노출 값으로 찍으면 성공적인 사진을 얻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노출 값을 조절해 주어야 한다. 노출 값이란 사진의 밝기를 의미한다. 다들 한 번쯤 경험해봤을 역광사진에서는 아름다운 풍경 속의 석탑은 어둡게 나오고 하늘만 밝게 찍히게 된다. 내 눈엔 밝은 배경과 피사체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지만, 사진은 그렇지 않다. 눈과 비교해서 카메라로 볼 수 있는 밝고 어두움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럴 땐 노출 값을 조절하여 피사체가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정도만 고려해도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문화재의 현재를 만족스럽게 남기기 위해 방문하는 곳마다 카메라에 어떻게 담을지 고민을 한다. 그리고는 한 컷, 한 컷 신중하게 셔터를 누른다. 문화재를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문화재의 지금을 기록하는 것이며, 지금이 오래도록 간직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 것이다.

청주 시민의 등산과 나들이 일번지 청주 상당산성, 국내 유일의 오층목탑 보은 법주사 팔상전, 아름다운 청풍호의 풍광을 담은 제천 청풍 문화재단지, 서당 최초로 보물이 된 옥천 이지당 등등. 도내 곳곳에 남아 있는 572개소 문화재가 모두 모니터링의 피사체가 되어 차곡차곡 기록물로 쌓여간다.

우리 주변에는 말없이 알아봐 주길 바라는 문화재가 참으로 많다. 무심결에 지나치지 말고, 잠깐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어보자. 어쩌면 지금 사진을 찍는 당신이 그 문화재의 가장 멋진 순간을 기록하는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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