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의 보호수
강대식의 보호수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1.11.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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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예로부터 농촌의 마을을 들어서노라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있으니 둥구나무라 했다. 둥구나무는 느티나무가 많은데 팽나무, 버드나무, 은행나무, 향나무, 회화나무, 엄나무, 소나무 등이 있으며 드물게 물푸레나무, 상수리나무, 산수유나무가 있기도 하다.

둥구나무는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는 곳으로 고목대신제, 장승제 등 큰 제사의 장소였다.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사회에서 마을주민들이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누면서 농사일을 협의했다.

둥구나무 그늘에서 고달픈 농사일 중간에 낮잠을 자기도 하고, 여름밤이면 모깃불을 피워놓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등 따뜻한 정감이 서려 있는 참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둥구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하여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위해 보호관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우 산림 밖에 있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어 크고 오래된 정자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둥구나무는 죽으면 어린 느티나무 또는 팽나무를 심어 기르면서 큰 나무가 되어 마을을 지켜줄 날을 기다린다.

사진가 강대식은 충북 보은군이 지정한 마로면 원정리 느티나무가 원인 모르게 죽어가는 것을 보고 보은군에 산재하여 있는 보호수를 사진으로 남길 것을 결심했다. 누군가의 고의든, 자연으로부터의 수난이든지 간에 사라져가는 보호수를 기록하는 일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진가의 의무로 알았다.

보호수를 찍는 작업은 나무를 하나만을 담는 것에서 보호수 주변의 주택과 담벼락 사이의 길, 조형물의 어울림, 산과 강 냇가의 조화로움을 사계절의 아름다움으로 이끌어내는 데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작업은 만만치 않다. 계절에 따른 빛과 보호수 주변의 여건까지 고려해야 했다.

그는 3년여에 걸쳐 보은읍 17개를 비롯하여 속리 4개, 마로 13개, 탄부 6개, 삼승 4개, 수한 5개, 회인 8개, 내북 4개, 산외 8개, 회남 1개 등 모두 70개의 보호수를 사진작품으로 완성했다. 그는 이번 작업에서 수백 년 세월의 풍파를 꿋꿋하게 이겨내고 살아온 보호수들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역사문화의 현장을 보여줘 보호수의 위대함을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사진가가 사물을 보고 어떻게 해석하여 표현해내느냐가 능력이다. 제아무리 특이한 것을 찍었다고 해도 보는 이의 마음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일시적 호기심만 일으키고 나서 더 이상의 눈길을 받지 못한다.

사진작업이 어렵다 함은 이 때문이다. 사진가가 찾아낸 소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늘 보던 사물이 어느 날 새로워 보일 때가 있는 것처럼 늘 보는 하늘, 늘 밟고 다니는 흙이 새로이 느끼는 사진작업처럼 즐겁고 신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사진가는 흔하게 보이는 사물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사진가에게 작품이 되게 해줄 소재가 어디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제대로 이루어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강대식의 보호수' 사진작업은 누구나 보는 보호수를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잘 소화해냈기에 그의 보람이 길이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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