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정답을 기대하는 것 역시 난제
그들에게 정답을 기대하는 것 역시 난제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1.11.16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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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20년 전 만해도 직장인들은 토요일까지 출근해야 하루 편히 쉴 수 있는 주말을 맞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던 지난 2003년 주 5일 근무제를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마련되면서 우리나라 직장인들도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당시 기업 경영주들은 “주5일제를 하면 다 죽는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주5일 근무제는 국회를 통과해 부분적으로 운영되다가 2011년부터 전면 시행됐다.

기업의 우려와는 달리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된 이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2014년에 2만달러를 돌파했고, 2018년에는 3만달러를 넘어서는 잘사는 나라가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주4일 근무제 도입까지 거론되면서 갑론을박이 전개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유럽을 중심으로 논의가 더욱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은 기업이 손실을 보면 정부가 추가 인력 고용수당 등을 보상해 주는 조건으로 급여 삭감이 없는 주4일 근무제를 3년 간 추진하기로 했다. 스페인의 주4일 근무제 시도는 직원 복지 향상, 탄소 배출량 감소, 양성평등, 생산성 향상이라는 논리로부터 출발했다.

북유럽 국가 아이슬란드도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전체 노동인구 1%를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를 실험한 바 있다. 실험 결과 생산성이 줄지 않았고, 자기계발이 가능하며, 직장인의 스트레스가 없어지고 한부모 가정에 더욱 적합했다는 장점이 보고됐다.

아시아에서도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에서 올해 4월 주4일 근무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재팬이 2019년 23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를 시도한 결과 1인당 생산성이 40% 높아졌고 94%의 직원이 만족스러워 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기업 중 카카오게임즈도 올해 4월부터 전 직원이 휴식하는 `놀금' 제도를 격주로 시행하면서 주4일 근무가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근무시간 집중도를 높여 업무의 효율을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 놓았다.

주4일 근무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잡코리아가 직장인 1164명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 시행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찬성이 88.3%, 반대가 11.7%를 차지하면서 대부분 직장인들은 주4일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반대에 답변한 직장인들이 주4일 근무제를 부정적으로 생각한 이유로는 급여가 삭감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감이 가장 많았고,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는 걱정도 많이 제기했다.

사실상 주4일 근무제의 장단점은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예민한 문제이다.

적게 일했을 때 생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급여가 줄 수밖에 없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급여를 조금 적게 받더라도 좀 더 쉬고 싶을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 하면 많이 일하고 돈을 좀 더 벌고 싶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주4일 근무제는 국민의 삶이 질과 직결된 문제이자 기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 만큼 마땅히 충분한 사회적 협의가 필요한 난제라고 봐야 한다. 국민은 이 같은 난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데 역할을 해 달라고 대통령도 뽑고 국회의원도 뽑아준다. 그러나 대한민국 70년 정치사를 되돌아보았을 때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그들에게 정답을 기대한다는 것 역시도 난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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