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주인 알 수 있는 최초 왕릉 `무령왕릉'
무덤 주인 알 수 있는 최초 왕릉 `무령왕릉'
  • 김태홍 충북도문화재硏 조사연구1팀장
  • 승인 2021.11.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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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김태홍 충북도문화재硏 조사연구1팀장
김태홍 충북도문화재硏 조사연구1팀장

 

1971년 7월 5일 공주 송산리 6호분의 무덤 내부에 스며드는 습기를 막기 위해 보수공사 도중에 우연히 한 인부의 괭이 끝에 벽돌이 걸렸다. 벽돌을 따라 파 내려가니 입구인 듯한 아치가 나오기 시작했고 벽돌무덤 하나가 발견되었다. 벽돌무덤의 연도를 따라 석수(石獸, 진묘수) 한 마리와 묘지석 두 장이 확인되었으며, 묘지석 첫머리에 “寧東大將軍百濟斯麻王”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 묘지석은 무덤의 주인공이 백제를 다시 강한 나라로 부흥시킨 제25대 무령왕 부부임을 알려주었고, 묘지석의 발견으로 무령왕릉은 우리나라에서 무덤에 묻힌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게 된 최초의 왕릉이 되었다.

무령왕릉은 당시 중국 양(梁)나라 지배계층 무덤의 형식에 영향을 받아 축조한 벽돌무덤임이 확인되었고 무덤 안에서는 금으로 만든 관장식, 용과 봉황이 장식된 큰칼, 글씨가 새겨진 팔찌, 금동신발, 청동거울, 중국제 도자기 등 4,600여점이라는 많은 수의 유물이 발굴되었다. 이 유물들은 그 가운데 17점이 국보로 지정될 만큼 뛰어난 유물들이다.

그 대표적인 유물 중의 하나가 금제 관 꾸미개(金製冠飾)이다. 관 꾸미개는 모두 4점이 출토되었으며 왕과 왕비의 머리부분에서 각각 2점씩 쌍을 이룬 상태로 확인되었다. 왕의 관 꾸미개(국보 154호)는 얇은 금판에 인동당초무늬와 불꽃무늬를 기본 문양으로 하여 맞새김하였다. 인동당초무늬는 전체적으로 중앙으로 모아지며 올라가고 타오르는 불꽃의 모습을 이룬다. 관 꾸미개의 전면에는 둥근 모양의 작은 달개가 금실에 매달려 있어 장식성이 강하고 화려하다. 왕비의 관 꾸미개(국보 155호) 역시 인동당초무늬와 불꽃무늬 장식을 맞새김하였다. 그러나 왕의 것에 비해 도식화 되었으며 좌우 대칭구도로 되어 있다는 점, 둥근 달개가 매달려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관 꾸미개 중앙에는 7장의 연꽃잎으로 장식된 대좌 위에 활짝 핀 꽃을 꽂은 화병이 있으며, 그 주위로 인동당초무늬와 불꽃무늬 장식이 배치되어 있다.

중국 역사책인 『구당서(舊唐書)』에 백제의 왕에 대하여 “(왕은) 검은 천으로 된 관에 금꽃을 장식하고...”라는 기록과 『삼국사기』 백제본기(百濟本紀) 고이왕조에는 “2월에 명을 내려 6품 이상은 자주색 옷을 입고 은꽃으로 관을 장식하고, 11품 이상은 다홍색 옷을 입으며 16품 이상은 푸른색 옷을 입게 하였다. 28년 정월 초하룻날에 왕이 소매가 큰 자주색 두루마기와 푸른색 비단 바지를 입고, 금꽃으로 장식한 검은 비단관을 쓰고, 흰 가죽 띠를 두르고, 검은 가죽신을 신고 남당(南堂)에 앉아 정사를 보았다.”라는 기사가 있다. 이 기록으로 보아 관장식은 왕이 평소 사용했던 검은 비단모자에 금꽃을 꽂아 장식하였고, 6품 나솔(奈率) 이상의 관리들은 은꽃을 장식한 것으로 보인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관 꾸미개는 문헌기록이나 출토위치 등으로 미루어 검은 비단으로 만든 관모에 꽂았던 장식품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무령왕릉은 우리나라에서 무덤에 묻힌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게 된 최초의 왕릉이며 수많은 유물과 17점의 국보가 출토되어 백제사와 동아시아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전시 “무령왕릉 발굴 50년,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며”를 마련하면서,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을 연계하여 무령왕릉 출토유물 5,232점 전체를 공개하였다. 1971년 발견 이후 무령왕릉 출토유물 전체를 한자리에서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설전시실에서는 무령왕릉 출토유물 중 왕과 왕비가 착용한 대표적인 국보들을 새롭게 전시하였고, 기획전시실에서는 1971년 무령왕릉 조사와 지금까지의 연구성과, 앞으로의 연구과제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였다. 청주에서 1시간 남짓 거리의 공주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웅진 백제의 상징인 무령왕릉이 가진 가치와 의미에 대하여 새롭게 주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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