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로 살자
큰 나로 살자
  •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1.11.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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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하나'라는 말을 우리만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어린 시절 어린이집부터 학교생활 등 단체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는 유난히 `우리'라는 단어와 `하나'라는 단어에 강요를 받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사회를 이루고 조직 속에서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환경은 세계 어느 나라나 모두 똑같을진대 유독 우리가 더 유난한 면이 있다.

이제 시대가 변하여 개인의 고유함을 강조하고 강요하는 사회가 되었고, 우리 사회 역시 이제는 민지(MZ)세대라 하여 더 이상의 사회 통념 따위는 설 자리가 없어진 지 오래다. 이러한 시대가 나는 아쉽다.

`우리는 하나'라는 말은 단합을 위한 구호로 많이 알고 있지만 종교가에서는 대아(大我)와 소아(小我)를 구분하는 예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즉, 소아는 내 한 몸을 가리키는 말로 `작은 나'라는 뜻이며, 대아는 우주 전체가 한 덩어리이며 그 전체가 하나로서 `큰 나'를 이룬다는 뜻이다.

생각해 보자. 지구 저편에 있는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어가는 소녀와 내가 하나인가? 그 소녀와 나는 같은 인간이고, 같은 생명체이긴 하지만 하나는 아니지 않은가. 그 소녀가 나는 아니지 않은가.

지금의 개인주의 시대는 바로 이런 생각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나는 그 생각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다.

`나'라는 개념을 한 번 생각해 보자. 내 몸이 나인가? 분명 내 몸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나의 몸이라는 말이다. 몸도 나에 속하지만 나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내 몸, 내 생각, 내 마음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 `나'라는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나'라고 말하는 무엇이 있고 그것이 `나'로 불릴 때에는 `내 몸'을 갖고 `내 마음'을 갖고 `내 의식'을 갖고 있을 때에 소위 `나'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즉 `나'는 몸도 아니고 의식도 마음도 아니다. `나'는 그것들의 주체다. 끔찍하지만 팔이 잘려서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 보자. 떨어진 그 팔은 `나'인가, 아닌가. 어젯밤 잠 못 자며 생각을 한 그 생각은 `나'인가 아닌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이제껏 우리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내 몸뚱어리, 내 마음을 `나'로 착각하고 살았던 것이다.

그렇게 착각하고 사는 `나'를 소아(小我)라 하는 것이다. 내 몸뚱이, 내 마음을 놓고 내 우주, 내 성품(우주의식)으로 확장이 되어질 때 대아(大我)가 되는 것이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의식의 확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우주의 모든 것이 내 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 몸이지만 아직 내 마음대로 움직이진 않는다. 사실 지금 내 소아(小我)의 몸뚱아리에도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들은 많다. 내장 기관들은 그저 들어오는 음식 혹은 스스로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우주의 모든 것들이 내 것이지만 내가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프리카 소녀를 사진으로 보더라도, 혹은 보지 못하더라도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고, 내가 신경을 쓰게 되면 그녀의 아픔을 공감하게 되고, 그녀의 아픔에 내 의식이 요동치게 된다. 하나이기 때문이다. 신경 쓰지 못하면 하나이지만 모를 수밖에 없다. 췌장 같은 것들처럼 말이다. 췌장에 암이 생기면 결국 내 몸뚱어리가 죽는다. 아프리카에 병이 들면 결국 지구가 죽고 우주가 죽을 수 있다. 대아인 내가 죽는 것이다.

원불교의 대산 김대거 종사는 무아무불아(無我無不我)라고 했다. 나 없으매 나 아님이 없다는 말이다. 이 작은 몸과 마음에서 집착을 놓으면 이 우주가 내 몸과 마음이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의식을 확장하면 우리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의식의 확장은 관심으로 시작되고 공감으로 성장하여 깨달음으로 완성된다. 기왕이면 큰 나(大我)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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