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수급난과 뒷북 대응
예견된 수급난과 뒷북 대응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1.11.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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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촉발된 국내 요소수 품귀 사태가 산업계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화물차가 멈춰 설 위기에 처하면서 물류.교통대란 우려가 나온다. 공공영역의 차량도 예외는 아니다.

요소수는 트럭 등 경유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질소산화물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다.

현재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중 60%인 200만대가량이 SCR을 장착하고 있다니 요소수가 바닥나 차량이 멈춰 선다면 물류대란을 초래할 것이다.

당장 시멘트와 골재를 운송하는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나 덤프트럭, 레미콘 등 건설자재 유통에도 비상이 걸렸다. 버스도 사정은 다를 게 없다. 전국 노선버스 5만대 중 요소수가 필요한 디젤 버스는 2만여대 수준인데, 버스업체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한 달이 지나면 교통 대란이 우려된다고 한다.

농촌도 요소수 대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경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기계들이 곳곳에서 멈춰서고 있다. 여기에 요소비료의 원료인 요소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면서 가격이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민들은 벌써부터 내년 농사 걱정에 한숨을 쉬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이 최근 요소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사실상의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다. 이 조치가 나온 것이 지난달 15일이다. 이 조치가 시행될 것이라고 알려진 것은 이보다 나흘 전인 11일이었다. 국무조정실이 상황 파악에 나선 시점이 이달 2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3주간의 시간을 허송세월 보낸 셈이다. 늑장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요소수 품귀사태에 대해 아프게 반성한다”며 “초기에 적극성을 띠고 했다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급하게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당장 관계 부처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는데 전문가들이 보는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불순물 때문이다. 현재 환경부가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차량 주입 실험 등을 하고 있지만 불순물 문제로 사용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호주에서 요소수 2만ℓ를 수입하고 군(軍)이 비축하고 있는 물량의 일부를 시중에 풀겠다고 했지만 단기적인 대책일 뿐이다.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내에서 차량용 요소수는 하루 600톤, 월간 2만 톤 정도를 사용하는데 2만ℓ의 경우 국내 전체 차량용의 3~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정부가 경고한 매점매석 금지 역시 이미 사재기로 시중 물량이 동난 상태로 여유분을 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국을 대체할 다른 공급망을 찾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대체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해결책은 자체 조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도 제2, 제3의 원자재 품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2568개 중 3941개(31.3%)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이었다고 한다. 요소수 품귀 대란 같은 원자재 수급 불안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부장이 위기를 맞았던 기억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다변화되지 않은 다른 품목들을 점검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한 향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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