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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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2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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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차쿠차 직지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페차쿠차(pechakucha)는 '재잘재잘'이라는 뜻의 일본말이라고 하는데, 새로운 형식의 문화모임을 일컫는다.

2003년 일본 도쿄에서 영국인 건축가 마크 다이탐과 아스트리드 클라인이 시작한 이래, 이제는 런던, 뉴욕, 상하이 등 세계 50개 도시에서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창조분야의 벽을 허무는 건축가 디자이너 예술가들의 파티'라거나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두 번 열렸고, 세 번째 모임이 9월로 예정돼 있다.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벽을 허물고, 서로 창의적인 영감을 주고받는 기회로 삼는다고 한다.

페차쿠차라는 새로운 형식의 문화모임을 접하면서, 이를 직지학습에 도입하면 좋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지난 연말 직지포럼은 '직지와 청주 100인 대토론회'와 '직지연구자 토론회'를 개최한바 있다.

그런데 직지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또 직지 연구자가 증가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자칫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흐를 소지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같은 직지를 소재로 하였으면서도 직지오페라 스토리와 직지연극의 줄거리, 그리고 방송드라마의 내용이 다르다.

직지를 노래한 시, 노랫말에서 나타나는 오류는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일이 왜 벌어지는가. 이것은 아주 작은 한 예에 불과할 뿐이다. 각급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정치인, 고위공직자, 창작활동을 하는 문화 예술계, 언론계, 교육계 등 직지세계화사업 추진과 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이해하고 생각하는 직지에 상당한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음을 볼 때, 어떠한 형태로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여, '페차쿠차' 형식을 차입하여 '페차쿠 직지' 모임을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운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직지 혹은 이와 관련된 연구에 천착해 온 직지연구자그룹 중에서 매번 일정 인원을 선정하여 자신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모임에는 직지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국내외 모든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되, 특히 위에 열거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주로 참가토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임을 지속적으로 열고, 이러한 형식의 토론을 통하여 쌓인 결과가 직지의 세계화 사업방향을 정립하는데 나침반이 되고, 직지문화 예술 창작활동에 스토리텔링으로 나타나고, 직지학습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마침, 인쇄문화진흥법이 제정되고, 이어 직지문화특구 지정이 이뤄졌다. 이로써 직지세계화사업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지만, 여하히 인쇄문화진흥법을 활용하고 직지문화특구를 조성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파급효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와같은 좋은 기회를 잘 활용하여 직지세계화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비전을 공유함은 물론 직지세계화사업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제까지처럼 직지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단편적인 사업추진방식에서 벗어나 금속활자인쇄술을 '상징'하고 증거하는 직지로서 직지세계화사업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페차쿠차 직지'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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