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일상
이상과 일상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1.11.0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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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우리가 사는 세상은 두 개의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상(理想)과 일상(日常)의 세상입니다. 이상은 우리 머리 안에 사는 세상입니다. 관념의 세상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생각과 언어로 만들어진 세상입니다. 우리 뇌가 만든 허상의 세계입니다. 경계가 없는 무한의 세상입니다. 정신이고 영혼입니다. 반면에 일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의 세계입니다.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물질과 육체로 만들어진 세상입니다. 우리 몸이 만들고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사랑, 정의, 공정, 신뢰, 자유, 국가, 종교 이런 것들은 모두 이상의 세상에 속한 것입니다. 눈으로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습니다. 행복도 관념이고 생각이니 당연히 이상의 세계에 속합니다. 이상과 일상은 단절되고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소통하고 상생합니다. 이상은 일상을 향하고 일상은 이상으로 나아갑니다. 이상은 기준을 정하는 세상이고 해석하는 세상입니다. 일상은 실천하고 신호를 보내는 세상입니다. IOT(사물 인터넷)처럼 센서가 부착된 세상은 일상의 세상입니다. 일상에서 행하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감정의 센서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고 신호로 바뀌어 이상의 세계로 전달됩니다.

이상의 세계가 만든 기준은 상한 기준과 하한 기준으로 나뉩니다. 상한 기준을 넘기거나 하한 기준에 이르지 못하면 이상의 세계에 신호가 울립니다. 일상이 보내는 신호가 기준을 충족하면 만족을, 결핍되면 불만족으로 해석합니다. 만족은 긍정이고 행복입니다. 결핍은 부정이고 불행입니다. 이상 세계의 긍정은 일상의 행동을 추구하고 반복하게 만듭니다. 이상 세계의 부정은 일상의 행동을 회피하고 중지하게 만듭니다. 행복은 일상이 이상의 기준을 충족할 때 만들어집니다. 이상과 일상이 서로 일치할 때 만족을 느끼고 행복해집니다. 핵심은 기준을 정하는 것입니다. 남이 정해준 기준을 따라 살 것인지? 내가 정한 기준을 따라 살 것인지에서 행복과 불행이 갈립니다.

기준에는 `생득 기준'과 `사회 기준'이 있습니다. 생득 기준은 우리 조상이 지구에 존재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삶에서 만들어진 기준입니다. 가장 오래된 진화의 산물이고 유전으로 전해지는 무의식의 본능적 기준입니다. 이것의 특징은 센서가 부정에 민감하게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상들이 선택한 불가피한 기준입니다. 사회 기준은 성장을 위해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만든 기준입니다. 인간다움이 드러나는 기준이고 교육과 사회화 과정을 통해 후대로 전달되는 공동체 문화적 기준입니다. 사회 기준은 공동체 기준이기 때문에 때로는 독특하고 다양한 개인의 삶을 방해하고 압박합니다. 심하면 다른 사람들이 만든 기준을 강요하고 몰아칩니다. 벗어나면 비난과 비웃음, 차별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아무리 선(善)한 기준이라 하더라도 내가 정한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하면 그 기준은 폭력이 되기 쉽습니다.

행복은 일상의 경험이 이상이 정한 기준을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달랍니다. 생득 기준이 만든 부정적 편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회 기준이 정한 확증적 편향을 극복해야 합니다. 나다움의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다움을 넘어 나다움의 기준을 만들 때 우리는 같은 세상에서도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나답게 만든 이상의 세상이 일상의 삶을 채울 때, 둘의 세계는 소통하고 일치하게 됩니다. 진화적 유산과 사회적 관습을 극복하고 나다움의 기준을 만들 때 진정한 행복살이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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