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시대 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
위드코로나 시대 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11.03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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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멀었다. 코로나19의 터널은 길었고 어두웠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라는 시인과 촌장의 노래 말처럼 우리는 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을 시작했다.

만나고 대화하고 식사하고 자유를 누리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코로나19로 달라진 교육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2년 가까이 이어진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대한 역할은 변했다. 교사가 반드시 교실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학생이 반드시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시·공간 제약이 사라진 교육, 교육 정책이 변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를 겪는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교육 기관은 바로 미국의 벤처투자자 벤넬슨이 설립한 미네르바 스쿨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이 대학엔 드넓은 캠퍼스, 최첨단 강의실, 도서관, 체육관, 구내식당, 동아리실 등이 없다.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미네르바 대학의 캠퍼스는 전 세계 도시이며 학생들은 그 도시에 머물며 교실밖 지식을 습득한다. 학생들은 재학 기간 장소에 구애 없이 어느곳에서든 학습플랫폼을 통해 강의에 참여한다. 강의는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방식이 아닌 주어진 주제에 맞춰 자료를 준비해 토론 방식으로 진행한다. 재학 기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국 서울, 인도 하이데라바드,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대만 타이베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7개 국가의 호텔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학생들은 수업시간 배운 내용을 머무는 도시에서 적용하며 학기를 보낸다. 한 해 모집인원은 150여명. 지난해에는 180개국에서 2만5000여명이 지원했다. 하버드 대학을 입학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국내 1위 가구기업인 한샘의 조창걸 명예회장은 지난 9월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태재 미네르바 대학을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

고교 졸업생보다 대학 정원이 많을 만큼 대학이 넘쳐나고 청년층(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69.8%로 OECD 평균(45.0%·교육지표 2020 기준)보다 24.8%p 높은 상황에서 구태여 대학 설립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 명예회장은 국제적 위기를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리더를 키우기 위해 한국형 미네르바 대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미네르바 대학처럼 태재 미네르바 대학의 학생들은 한반도와 지정학적, 외교적으로 민감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개국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닥쳐올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미네르바 대학을 고등교육기관으로 인정할지는 모를 일이다.

최근 만난 모 교수는 “한국형 미네르바 대학이 위드코로나 시대에 맞는 변화된 교육의 흐름이지만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학력으로 인정해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변화를 원하지 않는 교육 환경에서 무모한 도전으로 치부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 크리스토퍼 에이스그루버 총장이 워싱턴포스트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대학순위평가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했다. 그는 “대학, 학부모, 학생들이 순위를 너무 믿을 때 순위는 해를 끼치는 바보 같은 집착이 된다”며 “교육과정을 스포츠팀처럼 어떤 곳이 최고라고 선정하는 발상은 이상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수능 점수로 대학을 서열화하고 학벌과 학력으로 등급을 매기는 사회에서 교육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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