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배웅하며
친구를 배웅하며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21.11.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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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가을은 개화의 계절이면서 동시에 조락의 계절이다. 만남의 계절이면서 동시에 이별의 계절이기도 하다. 먼 타향에서 객지 생활을 하던 사람들도 가을이면 유독 고향과 가족 생각이 간절해진다. 하물며 이 외로운 시기에 이별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당(唐)의 시인 이백(李白)도 쓸쓸하고 외로운 계절 가을에 이별의 쓴맛을 봐야만 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친구를 배웅하며(送張舍人之江東)

張翰江東去 (장한강동거) 내 벗 장한이 강동으로 떠나는데
正値秋風時 (정치추풍시) 마침 싸늘한 가을 바람이 불어 올 때라네
天淸一雁遠 (천청일안원) 하늘은 맑은데 외기러기 멀리 날고
海闊孤帆遲 (해활고범지) 넓은 바다 외로운 배 천천히 떠가네
白日行欲暮 (백일행욕모) 밝은 해 머지않아 저물려 하는데
滄波杳難期 (창파묘난기) 푸른 파도 아득해 기약하기 어렵네
吳洲如見月 (오주여견월) 오 땅에서도 저 달을 보거든
千里幸相思 (천리행상사) 천 리 밖 이 사람을 생각해 주게

시에 나오는 장한(張翰)이라는 인물은 4세기의 동진(東晉)대에 생존했었으므로 8세기 인물인 시인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시인은 친구가 가는 지역이 마침 강동(江東)이어서, 강동의 역사 인물인 장한을 떠올리고, 그에 빗댄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쓸쓸한 계절 가을에 늘 곁을 지켜주던 친구가 먼 곳으로 떠나가니, 시인의 쓸쓸함은 배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찬 바람에 맑은 하늘, 여기에 외기러기까지 가을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분위기에서 친구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침내 배에 올라 떠나간다. 물은 바다처럼 넓은데 그 위에 배는 조각배 하나가 고작이다. 시인도 친구도 나약하고 외롭다. 해는 곧 지려 하고 배는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재회의 기약도 막연하기만 하다. 시인의 쓸쓸함이 최고조에 달할 때 위안거리가 나타나 주었으니, 하늘에 떠오른 달이 그것이다. 벗이여 그대 가는 오 땅에서 달을 보거든 내 생각을 좀 해주게나.

가을은 그렇지 않아도 쓸쓸한 계절이다. 이때 뜻하지 않은 이별까지 당한다면, 쓸쓸함은 더 심화할 것이다. 쌀쌀한 날씨에 마음마저 쓸쓸하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 높은 하늘, 찬 바람, 누런 낙엽, 밝은 달 같은 가을 풍광을 벗 삼을 수 있다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리라.

/서원대 중국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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