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닮은 클라리넷의 음색과 고독한 브람스
가을 닮은 클라리넷의 음색과 고독한 브람스
  • 이현호 충북 예총 부회장
  • 승인 2021.10.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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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충북 예총 부회장
이현호 충북 예총 부회장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최고의 계절, 가을이 깊숙이 들어왔다.

가을을 흔히 낙엽의 계절, 또는 고독한 남자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말로만 생각하면 쓸쓸하고 외롭고 적막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을은 4계절 가운데 가장 풍성하고 넉넉한 계절이다. 가을의 중심인 10월이 되면 지역마다 각종 축제 및 음악회가 년 중 가장 많이 열리는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최고의 달이다. 어디 그뿐인가 가을이 되면 새로운 음악들이 발표되고 시 낭송회 등이 개최되어 문화 예술이 가장 꽃을 피우고, 언제부터인지 10월 31일은 가을을 주제로 한 노래들로 라디오를 가득 채워지기도 한다.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는 클라리넷이라는 생각이 든다.

클라리넷은 리드가 1개인 목관 악기이다. 관의 구조는 원통이다. 음색이 독특하고 표현력도 풍부해서 관현악뿐만 아니라 실내악, 독주, 중주에도 쓰인다. 음역에 따라 소프라노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따위로 나뉜다. 클라리넷은 18세기 초에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동안 개량되어 19세기에 완성되었다. 클라리넷이라는 이름은, 고음이 클라리노를 닮았다는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특히 관악밴드에서는 관현악의 바이올린과 같은 중요한 구실을 하기도 한다. 보통 검은색의 흑단 나무로 관을 만들어 금속의 색이나 노란색의 금관과도 차별을 이루고 부피도 작아 가방에 소지하기도 편한 악기이다.

클라리넷을 가장 사랑한 음악가는 아마도 브람스일 듯하다.

클라리넷의 음색에는 가을의 서늘함이 서려 있다. 아마도 브람스가 클라리넷을 사랑한 이유가 클라리넷 특유의 저음인 은은함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래서 클라리넷은 고독과 우수에 찬 작곡가 브람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였다고 확신도 가져 본다.

클라리넷의 은은하고 화려한 소리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라고 난 단연코 장담한다. 1890년 57살이 된 브람스는 G 장조의 현악 5중주 작품을 완성한 후 자신의 창작력이 전만큼 못한 것을 느끼고 당분간 작곡을 중단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마이닝겐 공작 궁전에서 클라리넷 연주가 뮐펠트의 연주를 듣고 크게 감동했다. 뮐펠트의 뛰어난 연주와 깊은 정서를 자아내는 클라리넷의 음색에 심취한 브람스는 새로운 작품을 쓰고 싶었다. 창작의 영감이 되살아난 브람스는 뮐펠트와 클라리넷을 위하여 4편의 작품을 작곡하였다. 두 개의 클라리넷 소나타와 클라리넷 3중주, 그리고 클라리넷 5중주이다. 이 모두가 걸작이지만 이 중에서도 으뜸가는 곡이 클라리넷 5중주이다.

이 글을 읽은 분이면 바로 유튜브를 열어 클라리넷 5중주를 들어 보시라. 잔잔한 현악기 소리에 이어 흘러나오는 가을을 닮은 아름다운 클라리넷의 선율을.

나는 가을을 닮은 점잖고 목가적인 소리의 클라리넷을 악기 가운데 가장 사랑한다.

클라리넷을 저음부터 정성을 다해 불다 보면 가슴 저 밑에 있던 아련함과 진한 감성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올해 가을에도 나의 아름다운 감성을 위하여 브람스의 음악과 함께 새로운 삶을 향해 달려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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