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손실보상금 `건물주 주머니로?'
자영업자 손실보상금 `건물주 주머니로?'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1.10.27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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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 매출 급감 … 상당수 임대료 체납
손실금 받아 충당 … “실 도움 안된다” 불만
착한 임대인 옛말 … 임대료 분담 대책 필요
첨부용. 자영업자 단체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향해 100% 손실 보상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1.10.08. /뉴시스
첨부용. 자영업자 단체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향해 100% 손실 보상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1.10.08. /뉴시스

 

“말이 손실보상금이지, 받으면 뭐해! 밀린 월세 갚기도 벅찬데!”

청주시 서원구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3·여)는 가게 보증금 3000만원 가운데 절반이 반토막 났다. 코로나19로 매출이 떨어진 까닭에 임대료를 내지 못해 매달 보증금에서 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몇 차례 정부와 청주시에서 지원된 영업 손실 보상금도 죄다 건물주에게 밀린 임대료로 건네줬다.

김씨는 “가게를 내놓자니 나가지도 않고, 문을 닫자니 매달 임대료는 고스란히 나가고 있어 장사가 안 되도 영업을 하고 있다”며 “수중에 돈 한 푼 없어 폐업도 못 하고 빚만 늘어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27일부터 지급되는 손실보상금 역시 밀린 임대료로 충당할 작정이다.

청주시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영업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상금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정작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 상당수가 보상금을 임대료 지급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결국 손실보상금 상당수가 건물주 주머니로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임대료 분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창궐 초기만 해도 임대료를 일정 부분 감면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 덕을 봤지만 임대업자도 피해를 입다 보니 오래 이어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밀린 임대료 부담에 손실보상금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일이 생기자 자영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빚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상공인 손실보상 신청 첫날인 27일 관련 단체들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 이대로라면 세금으로 마련된 손실보상금이 고스란히 건물주에게 돌아갈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한국자영업자협의회 등 소상공업·자영업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임대료를 멈춰라'캠페인 돌입을 선언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도 동참한 이 행사에서 단체들은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손실보상 예산의 절반 가량이 건물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임대료 분담, 임대료 유예, 강제퇴거 금지 등 관련 법안을 논의해 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가 이달 전국 사업주 7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 4명 중 1명은 임대료가 3개월 이상 밀려 손실보상금을 연체 해소에 써야 한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임대료를 3개월 이상 연체한 임차인은 강제 퇴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들은 손실보상금이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준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임대료 부담 완화가 법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앞으로 임대료 분담의 필요성을 알리고 국회에 임대료 분담법 처리를 촉구하는 온·오프라인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성진기자
seongjin98@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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