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개한테나 주는 것
사과는 개한테나 주는 것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1.10.26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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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미화 망언에 이은 `개 사과'사진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번 윤 전 총장의 망언과 개 사과 사진 논란은 여야를 떠나 전 국민을 대놓고 기망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의 발단은 윤 전 총장이 PK지역 당원 간담회 자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는 발언을 하면서 비롯됐다.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망언에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광주 영령과 호남인 능멸에 대해 당장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고, 정의당에서는 “이완용도 나라 팔아먹은 것 빼면 잘했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여권에 공세의 빌미를 준 윤 전 총장에 한숨을 쏟아냈고,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당 경선 후보들도 “윤석열 후보가 아무 말 대잔치 한 게 어제오늘 얘기인가!”, “헌법정신을 망각한 인식”, “원래 생각이 없는 건지 정말 경악스럽다”등의 성토를 자아내며 개탄스러워 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소중한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한다.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한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애써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입장표명이 무색하게도 윤 전 총장의 인스타그램에는 그의 반려견인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과 함께 “토리야 인도 사과다”, “오늘 또 아빠가 나무에서 인도 사과 따왔나 봐요” 토리는 아빠 닮아서 인도사과 좋아해요”라는 조롱 섞인 글이 올라왔다.

윤 전 총장은 입장표명을 통해 `송구하다'는 표현은 했지만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의 `사과(謝過)'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되레 개에게 과일 사과(沙果)를 주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대수롭지 않게 올렸다.

한마디로 `전두환 미화 발언은 당당하다', `사과는 개한테나 주겠다'는 뜻으로 밖에 국민들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좋게 해석할 수 없는 불손한 행위였다.

전두환씨는 헌정을 유린했고, 특히 호남과 광주시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이번 개 사과 사진이 설령 자신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진의가 왜곡됐다 하더라도 역사적 진실 속의 국민정서를 기망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윤 전 총장의 발언 논란은 `부정식품', `부마항쟁', `아프리카 노동', `주택청약통장', `후쿠시마 원전', `당 해체', `손바닥의 임금 왕(王)자 논란과 점 보러 다니는 여성들'에 이은 `전두환 미화 망언'까지 계속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자신의 말실수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해 왔다. 과연 대통령감으로서의 품격과 자질을 갖추고는 있는 정치인이 맞는지 심각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대통령 선거는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운과 5000만 우리 민족의 삶의 미래가 걸린 역사적 중대사이다.

여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이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이 문제가 아니라 민족 정서에도 부합하지 못하면서 정치를 장난으로 생각하는 듯한 사고라면 문제는 다르다. 그저 씁쓸할 뿐이다.

우리 국민이 이 나라를 위해 올바르게 일할 수 있는 대통령,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국격을 한 층 더 높일 수 있는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아직 4개월 하고도 5일이 더 남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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