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면 골치” 전기차 불 어떻게 끄나
“불나면 골치” 전기차 불 어떻게 끄나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1.10.26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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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소방 실험 …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 탓 진압 난항
질식소화포 덮기·직수 소화방법 등 이용 진화 실패
수조 설치후 배터리 침수 소화방식 획기적 효과 확인
충북소방본부가 두 번째 실험인 주수소화방식 시연을 하고 있다. /충북소방본부 제공
충북소방본부가 두 번째 실험인 주수소화방식 시연을 하고 있다. /충북소방본부 제공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친환경 전기차. 하지만 불이 나면 물로는 쉽게 진화되지 않는 전기차 특성 탓에 소방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26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기차에는 보통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된다.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 분리막은 가벼운 충격에도 파손될 수 있다.

이때 배터리 내부가 팽창하면서 고열 에너지를 내뿜는다.

불이 붙으면 물로는 끄기가 어렵다. 전기차에 장착된 리튬이온 배터리 팩은 외부 덮개로 싸여 있어 화재 시 소방용수를 직접 분사해도 별 효과가 없다.

충북소방본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한국건설 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함께 전기차 화재진압 실험을 가졌다.

실험 장소는 강원도 삼척에 위치한 KCL 시험연구센터. 이곳은 국내 최고 실물 크기의 첨단 화재 실험 장비를 갖추고 있고, 실내 실험장에서 첨단 측정장비를 활용해 다양한 화재 진압실험을 할 수 있다.

덕분에 국내 최초로 소방대원과 함께 전기차 화재진압 실험을 실내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게 소방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번 실험은 세 가지 형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전기차 배터리에 불을 붙여 산소의 침투를 막는 질식소화포를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이다.

질식소화포로 덮여있는 동안에는 불길이 외부로 분출되진 않았지만 차량 내부에는 열기가 그대로 진행되는 훈소상태였다.

한 시간 뒤 질식소화포를 다시 걷어냈을 때는 급격한 산소 유입으로 재발화가 일어났다.

두 번째는 소방관이 일반적으로 불을 끄는 방법인 주수 소화 방식(물 직사)으로 화재진압을 실시했다.

그러나 내장재나 외부 샤시 등에 붙은 불길만 잡을 수 있었고, 전기차 배터리팩은 화재진압이 불가능했다.

이는 배터리팩을 감싸고 있는 케이스가 매우 견고해서, 외부에서 물을 쏴도 내부 배터리까지 물이 닿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는 조립식 수화수조를 활용해 차량을 침수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이동시키지 않고, 주변에 수조를 설치해 전기차 배터리 높이까지 물을 가득 채우는 진화 작업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수조에 채웠던 물이 배터리 높이까지 차오름과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팩에 붙었던 불을 완전히 진화할 수 있었다.

KCL 최정윤 화재센터장은 “소화수조를 활용한 화재진압 방식이 배터리팩 케이스의 미세한 틈새에 물이 침투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며 “소방대원들이 직접 참여한 이번 실험으로 현실성 있는 결과를 얻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장거래 충북소방본부장도 “조립식 수조는 화재현장까지 휴대와 운반이 쉬우며 진화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데 획기적인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주현기자
jh20130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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