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보행 안전 `낙제점'
시각장애인 보행 안전 `낙제점'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1.10.2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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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신호등 설치 횡단보도 중 90% 음향신호기 없어
지능형 음향신호기 설치도 전무 … 고장·오작동도 빈번

청주에 사는 시각장애인 이모씨(54)는 일주일에 아무 도움 없이 3~4차례 외출을 한다. 이씨는 집 앞 골목을 빠져나오면 바로 횡단보도가 있지만 건너지 않는다. 30m를 더 가면 다른 횡단보도가 나오는데, 이곳을 이용한다. 까닭은 음향신호기가 설치돼 있어서다.

이씨는 “음향신고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사고위험이 높아 귀찮아도 음향신호기가 있는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충북의 시각 장애인들이 교통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음향 정보로 안내해 주는 음향신호기를 설치하도록 했지만, 충북은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 10곳 가운데 9곳이 없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전국 지자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충북도내에 신호등이 설치돼 있는 횡단보도 6281곳 중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횡단보도는 688곳(10.9%) 뿐이다.

이는 전국 평균 33.8%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울산(7.8%), 대구(8.14%)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낮은 수치다. 고장·오작동 발생과 수리 지연실태도 문제다. 최근 4년간 충북의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 고장·오작동 건수는 208건인데다 수리에 걸리는 시간도 20일이나 된다.

음향신호기 고장·오작동으로 다른 지자체는 `지능형 IoT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지능형 음향신호기)'를 설치하는 추세지만 충북에는 지능형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횡단보도가 단 한곳도 없다.

최 의원은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꼭 필요한 장비이지만 설치율이 낮아 시각장애인의 보행안전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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