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기다림
그리운 기다림
  • 강석범 충북예술고등학교 교감
  • 승인 2021.10.20 1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강석범 충북예술고등학교 교감
강석범 충북예술고등학교 교감

 

가을비가 아침부터 대지를 촉촉이 적신다. 비가 온 후 날씨가 으레 그렇듯 제법 쌀쌀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얇은 패딩이라도 걸칠 걸 그랬나 싶다. 늦은 퇴근 후 작곡가 윤학준님을 만나러 충청북도교육문화원 언덕으로 올라간다. 사방 아무것도 없이 언덕에 우두커니 서 있는 문화원은 짙은 어둠으로 인해 마치 거대한 기독교 성지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의 대표곡 `마중'에 나오는 가사처럼 `오늘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그와 예봄갤러리 에서 따끈한 차 한잔한다는 생각에 벌써 설렌다.

지난해 이맘때쯤으로 기억된다. 충북 도내 예술활동운영교를 대상으로 하는 실적심사팀 일원으로 나는 미술분야, 윤학준 연구사는 음악전문가로 각각 참석했다. 첫인상이 깔끔하고 진취적인 분이어서 이런저런 어쭙잖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도 프로젝트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 그게 전부다. 그가 요즘 잘나가는 인기 가곡 `마중'의 작곡가란 사실은 그로부터 1년 뒤쯤 얼마 전에야 정말 우연히 알게 되었다. 교사합창 연주회를 앞두고 대표곡 `마중'작곡가 선생님을 모시는 마스터클래스 수업이 잡혔다. 평소보다 다들 일찍 도착해 보면대 위에 악보를 가지런히 하고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으로 작곡가를 기다렸다. 박수와 함께 문이 열리고 총총걸음으로 윤학준 연구사가 들어온다. `뭐야? 윤 연구사가 왜 들어오나? 설마…'

“안녕하세요. 작곡가 윤학준입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얼마 전까지 초등학교 교사였고요. 현재는 충북교육문화원 연구사로 재직 중입니다. 대학에서는 음악교육 작곡을 전공했습니다”

내가 아는 윤학준이, 작곡가 윤학준으로 내 앞에 서 있다. 어째 이런 일이. 자신의 음악을 소개할 때는 조금 어색해하다가도 창작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며 윤학준은 두 손을 불끈 들어 보인다.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학급 반가를 만들어 폭발적인 호응으로 아이들을 뒤집어 놓은 그는 2013년 `안동합창음악창작페스티벌'에서 `진달래꽃'으로, 2014년 `KBS창작동요대회'에서는 `꼭 안아줄래요'로 합창과 동요곡 모두 대상을 거머쥐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같은 해 `화천비목콩쿠르'에 그 유명한 `마중'으로 창작 가곡부문 1위에 입상하며 동요, 합창은 물론 가곡 작곡가로 그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 곡은 그 뒤 각종 유명 콩쿠르와 공연장에서 성악가들에게 가장 사랑하는 곡 중 하나로 불리고 있다. 또 2017년 당시 TV 최고 인기 프로그램였던 `팬텀싱어2'에서 바리톤 박상규가 멋진 미성으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더욱 인기몰이하게 된다.

윤학준은 마스터클래스 수업 내내 원곡 작곡자답게 섬세한 곡 해석으로 우리 모두를 장악했다. 그의 손길, 눈짓 하나에 우리의 연주곡 `마중'은 또 새롭게 태어났다. 쉬는 시간, 볼펜과 악보를 건네자 잠시 멈칫하던 그는 악보에다 크게 `윤학준'을 써준다. 잠시 후 모든 선생님이 악보를 들고 일렬로 줄을 선다. 멋진 팬 사인회가 탄생한 순간이다.

윤학준은 정말 멋진 작곡가다. 더 멋있는 건, 그가 우리 아이들과 같이 꿈을 그리는 보석 같은 선생님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와 가까이 있다. 나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설렌다. 그가 늘 말하는 그의 음악적 코드 `그리움'이 이 가을, 많은 이들에게 행복한 기다림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갤러리 로비에서 작곡가 윤학준님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