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착각과 갈등
리더의 착각과 갈등
  • 양철기(교육심리박사, 원남초교장)
  • 승인 2021.10.14 2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교육심리박사, 원남초교장)
양철기(교육심리박사, 원남초교장)

승진하는 것이 무조건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한 조직이나 부서의 리더가 되는 것은 출세요 성공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윗사람 심기를 살피며 쓰린 속 부여잡고 회식자리를 지켰다.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승진하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 노력했다. 기업체보다는 그 정도가 덜하겠지만 학교에서도 교감이나 교장이 되려면 인고의 시간을 겪어내야 했다.
그런데 요즘의 직장생활 트랜드는 많은 변화를 보인다. ‘난 승진 안 할거야, 난 지금이 좋아’라며 현재를 즐기려는 직장인이 많다. 그럴수록 조직의 리더들은 더 힘들어한다. 아마 이 시간에도 말 못할 속사정으로 애간장을 녹여가며 일하고 있을 리더들이 있을 것이다.
리더에게 리더십은 숙명이다. 그리고 리더십은 생물(生物)이다. 정답은 없으며 늘 변화하며 살아 움직인다. 2021년 리더십 관련 자료들을 나름 메타분석(meta-analysis)해 보았다. ‘착각’과 ‘갈등’이라는 두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었다. 
   
# 착각에서 벗어나기
리더들은 직원들이 자기와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직장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매일 같이 일하는데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냐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흔히 자신은 민주적이고 훌륭한 리더라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착각에 빠져 있다. 모든 사람은 착각 속에 빠져 산다. 다만 리더의 착각은 그 영향력이 더 크고 견제되기 어렵다. 
직장에서 높은 위치로 올라갈수록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직원 가운데 누구도 솔직한 피드백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착각 속에서 살아갈 소지가 크다. ‘우리 직원들은 대체로 나를 잘 따르고 나를 좋아해’라고 생각하지만 진실은 ‘자기가 왕따인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의 리더십은 문제가 없어’라고 착각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모르는 것뿐일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냉철하게 자신이 착각하고 있는 것에 직면할 줄 알아야 한다. 
   
#갈등과 함께하기
리더는 조직의 갈등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가? 
갈등은 에너지의 원천이다. 갈등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기계 시스템과 다를 바 없다. 갈등 관계로 삐걱거림과 어긋남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개인의 진보를 가져온다. 갈등으로 인해 화나고 괴롭기도 하겠지만 그때 상대방에 대해 ‘저 사람 왜 그러지, 저 사람의 심리는 뭐야.’라며 의문을 품게 되고 이것이 인생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모든 갈등에는 사연이 있다. 그러기에 간단하거나 유일하고 완벽한 해결책이 존재하기가 쉽지 않다. 단지 개방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최적의 해결책을 찾을 뿐이다.
타자(他者:소통이 안 되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는 깨달음의 계기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각자의 개성이 드러낼 수 있도록 ‘심리적 거리’를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심리적 거리’는 일상생활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적 예절과 동등한 심리적 예절이다.
어쩌면, 갈등은 푸는 것이 아니라 품고 가는 것이다. 때로는 갈등이 풀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바로잡아지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갈등의 존재론적 의미는 승리와 패배에 있지 않고 진보에 있다. 갈등을 통해 개인과 조직은 변증법적 발전을 할 수 있다.
한 조직의 리더로 4년을 달려왔다. 많은 착각과 갈등 속에서 살아온 것 같다. 지금도 나만의 착각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각이 난다. 내 젊었을 때 나와 같이 근무했던 리더들은 나로 인해 참 힘들었을 것 같다. 그분들의 심정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가까이 계신다면 미안함을 표현하고 저녁 한 끼 대접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