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의 상호작용 공간
안과 밖의 상호작용 공간
  • 신 은 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 승인 2021.10.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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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신 은 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신 은 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나는 침대가 참 좋다. 침대가 좋다기보다는 침대에서의 시간이 좋다는 말이 더 명확한 표현 같다. 결혼 후 25년 동안은 한 침대를 둘이 사용했는데 지금만큼 편하지 않았다. 수면의 질과 개인의 생활양식을 배려해 개인 침대를 사용한 후, 침대에서의 시간은 더 큰 만족감을 주고 있다.

존 버닝햄의 그림책에는 침대가 자주 등장한다. 그림책 `알도'에서 주인공이 혼자가 된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침대에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의 그림책에서 침대는 온전히 혼자가 되는 공간이면서 상상의 세계로 연결되는 장소이다. 그림책 `마법 침대'또한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 간의 상호작용의 과정인 중간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어 소개한다.

주인공 조지는 아기 때 사용했던 침대가 작아져 새 침대가 필요하다. 새 침대를 사러 가는 길, 중고가구점에서 발견한 낡은 침대가 마음에 쏙 든다. 가만히 누워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전 주인의 소개로 침대가 더욱 좋아졌다. 고물 침대를 사 왔다고 엄마와 할머니는 화를 냈지만 조지는 잘 시간을 기다린다. 이윽고 혼자가 되었다. 마법 침대는 `엄'으로 시작하는 주문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조지는 엄마자전거, 엄마색연필, 엄마햄버거 등을 생각해냈지만 마법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 주문을 창조해 냈을 때 마법 침대의 여행은 시작된다.

많은 부모는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녀가 유아기를 지나면서 수면독립을 준비한다. 그동안 아이에게 엄마의 품은 안전한 의존의 공간이었다, 절대적 의존의 시기를 지나 독립의 시기로 가야만 하는 시기가 온다. 이때 아이들은 분리되는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한다. 이때 경험하는 불안은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엄청난 공포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의식의 산물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마법과도 같은 과정이 필요한데 이것은 중간 대상과 중간 세계, 중간 현상을 만들어낸다. 대상에 초점을 맞춘 중간 대상, 꿈과 같은 공간에 초점을 맞춘 중간 세계, 행위에 초점을 맞춘 중간 현상을 통해 아이들은 안도와 분리를 동시에 느낀다.

주인공은 혼자가 되는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법 침대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난쟁이와 요정에게 책을 읽어주고, 길 잃은 호랑이의 집도 찾아준다. 어떤 여행에서는 해적과 싸우기도 하고 돌고래와 수영도 한다. 정신분석가인 위니캇은 꿈은 공상과는 다른 세계로 진정한 자신으로 있으면서 실제의 대상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으로 현실과 나란히 가는 것이라고 했다. 중간세계에서의 경험을 통해 주인공은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비밀이 만들어지고 자기만의 내적 세계를 구성하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중간 대상과 중간 세계와 중간 현상들을 경험한다. 그것들은 실제로 존재하면서 살아있는 특징을 가진다. 그리고 절대 변하지 않는 성질과 따뜻함을 가진다. 중요한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본능적인 증오와 사랑에서도 살아남는 기능을 가진다. 이는 어머니를 대체해 온 것인데, 충분히 좋은 환경과 불안과 고통으로부터의 보호기능을 가진다.

성장하면서 중간대상은 점차 사라진다. 방치되고 잊히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다. 하지만 스트레스의 상황이나 과도한 우울감과 외로움 등 자아의 일체성에 위협이 가해질 때는 중간 대상이나 중간 세계를 찾는다. 간혹 성인이 되어서도 중간 대상에 집착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베개와 같이 여행을 갈 때 꼭 챙기는 물건에서 그 대상의 흔적들이 발견된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점점 더 폭넓고 다양한 중간 현상들을 문화 경험 전체에서 전개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우울감과 고독감,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준다. 지금 당신의 문화적 취미와 관심이 당신의 중간 세계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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