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길
사람의 길
  •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1.10.14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유튜브 알고리즘의 안내로 우연히 하나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영상의 내용은 짧지만 강렬했다. 고속도로에서 휘청거리는 차를 본 다른 차가 앞을 가로막고 차를 부딪쳐가며 세웠고 다른 여러 대의 차들도 함께 섰고 모두가 함께 세워진 차량의 문을 열기 위해 애를 쓰고 결국 스패너를 찾아온 사람이 유리창을 깨고 운전자를 끌어내는 영상이었다. 사람들의 도움으로 나온 운전자는 심장마비로 정신을 잃고 있었다. 영상은 그 사람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것으로 끝이 났고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잘 회복하였다는 자막이 함께 했다.

나는 영상을 보며 가슴이 뛰고 울컥하는 느낌을 받았으며 눈가에 눈물이 조금 맺혔다.

고속도로에서 휘청거리는 차를 보았다고 그 차를 주시하기란 쉽지 않다. 1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상황에서 이상한 상황을 목격해도 그냥 지나치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설령 운전자의 상태가 이상해 보인다 해서 자신의 차를 부딪쳐서 멈추게 한다는 것은 보통 범인(凡人)들이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다. 차가 멈추어진 후 다 함께 멈추었던 주변의 다른 차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속도로에서 차를 세우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운전자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두가 하나가 되어 생면부지의 한 사람을 구했다.

신앙을 위주로 하는 종교에서는 믿음(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행을 위주로 하는 종교에서는 도(道)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추구한다.

도(道)는 길이다. 밟고 지나가는 길이란 말이다.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차도와 인도, 대로와 소로, 직선의 길과 굽은 길 등 많은 길이 있다. 하지만 공통점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는 점이다. 차도라고 하지만 사람이 타고 운전하는 차이다.

위험이나 어려움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은 다른 무엇도 할 수 없는 오직 사람이 할 수 있고, 사람이 행해야 하는 일이다.

사람이 행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 가는 것이 바로 도(道)이다.

길거리에서 한 번쯤 겪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도를 아십니까?', `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라는 말들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도는 어려운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 특별한 것도 아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행할 바를 그대로 밟고 지나가는 것이 바로 도(道)이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것만큼 어렵고 귀한 것이 없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은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내 앞에 닥쳤을 때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귀하다. 인간의 본능 중에 이기심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영상을 보면서 도(道)를 보았다. 도(道)를 행하는 도인(道人)들을 보았다. 내 안의 본능인 이기심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으로서 행해야 할 도(道)를 선택한 도인(道人)들을 본 것이다. 그래서 눈물이 났고 기분이 좋았다.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금강산(剛山)을 유람하고 돌아와서, 대종사께 사뢰기를 `제가 유람하는 중에 까마귀나 뱀을 임의로 부르기도 하고 보내기도 하는 사람을 보고 왔사오니 그가 참 도인인가 하나이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까마귀는 까마귀와 떼를 짓고 뱀은 뱀과 유를 하나니 도인이 어찌 까마귀와 뱀의 총중에 섞여 있으리오.' 그가 여쭙기를 `그러하오면 어떠한 사람이 참 도인이오니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참 도인은 사람의 총중에서 사람의 도를 행할 따름이니라.'”

지금 이기심과 욕심을 누르고 어렵고 힘든 주변 분들을 도와주는 당신이 참 도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