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와 위험한 짐승
카리스마와 위험한 짐승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1.09.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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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선배님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잖아. 왜 이리 변했어요. 그땐 카리스마가 짱이었는데…” 몇 십 년 만에 만난 후배의 말에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 카리스마와 권력

카리스마는 타인을 매료시키고 영향을 끼치며, `신(神)이 준 능력을 가진'이라는 뜻이 있다. 이 능력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성과를 내는 열정적인 힘을 가진 사람을 카리스마적 리더라고 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카리스마적 리더로 평가해주기를 바란다. “저 사람 참 카리스마 있어”라고 하면 어깨가 으쓱해진다.

연구에 의하면 적절한 수준의 카리스마는 긍정적이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효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카리스마는 가치중립적이어서 리더의 도덕적 자질에 따라 조직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할 수 있다. 카리스마적 리더였던 간디와 히틀러가 그 단적인 예이다.

카리스마적인 사람들은 자기도취에 빠지기 쉬우며 자기우월감에 취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보다 더 권력에 집착할 수 있다. 그리고 잘못된 권력의 집착과 향유는 권력 중독자로 변화될 수 있다.



# 권력 변형 효과

사회심리학자 키프니스(D. Kipnis)는 권력의 성공적인 사용에 따른 변형 효과(metamorphic effect) 모델을 통해 사람들의 타락과 부패 과정을 설명하였다. 첫 번째로 그 사람의 가치관이 변한다. 인생에서 최고로 중요한 것이 권력이라 여기게 된다. 권력이 강할수록 더 많은 개인적 이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도덕성의 변화가 생긴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많은 정보가 집중되고 주위의 사람들은 아첨 혹은 즐거운 피드백만 주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되고 실제보다 더 대단한 존재라고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자신만은 규칙을 어겨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권한의 남용과 오용 그리고 일탈 행동이 시작되게 된다. 성공한 리더들 사이에서 나오는 미투(#Me, too)가 그 단적인 예이다.

세 번째, 가장 무서운 변화로 다른 사람을 보는 관점이 변한다. 자신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게 되고 그것을 즐기게 된다. 결재받으러 와서 허둥대거나 경직되어 있는 부하직원의 모습을 은연중에 즐기게 되는 권력 중독에 빠지게 된다. 또한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그 사람을 떠나가게 만든다.



# 위험한 짐승

지속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면서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은 자신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권력에 대한 가치관과 도덕성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 타인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권력자가 아니니까', `이 문제는 나와 전혀 관련이 없을 거야', 정말 그럴까?

두 사람 이상 모이면 거기서도 서열이 정해지고 권력이 생겨나는 것이 사회생활이다. 따라서 나는 언제 어디서나 권력자일 수 있고 또 권력자 아래 있는 사람일 수 있다. 지극히 인격적으로 지극한 긍휼(矜恤)을 가지고 타인을 대하지 않는 한, 나와 너는 언제든 위험한 짐승이 될 수 있다. 하여 시인 김춘수는`꽃을 위한 서시(序詩)'첫 소절을 다음과 같이 시작하였다.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그렇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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