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에 대한 단상
1초’에 대한 단상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 승인 2021.09.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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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수십년간 내 왼쪽 손목에는 아날로그 시계가 있다. 어느 날인가 손목시계를 벗어놓고 출근한 적이 있었는데 수시로 손목시계가 있던 자리를 쳐다보는 나를 깨달았다. 5분마다 손목을 쳐다보는 나를 발견하고 내 삶에 여유가 없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가만히 보니 나의 24시간은 5분 단위로 흐르고 있었다. 요즘 세대의 언어로 웃픈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느림의 미학이 들어간 건축물이나, 공간, 프로그램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의심 섞인 생각 `저게 가능해?'라고 생각하거나, `답답해서 얼른 시곗바늘을 돌리고 싶다.'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저런 삶이 내게도 가능하기를 소망하기도 한다.

1초! `똑-딱, 이게 1초야' 하고 모든 사람이 말할 때, 그 1초라는 시간의 길이가 같을까? 도대체 모든 사람이 똑같이 1초라고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은 어떻게 세워야 하지? 누가 봐도 언제나 항상 똑같은 값이 나오게 할 수 있는 1초는 도대체 어떻게 정의가 내려지는 걸까?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는 시간을 재는 시계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1초의 길이가 다 다를 텐데 말이다.

1900년대 초기에는 하루의 길이를 24시간×60분×60초 즉, 8만 6400초로 보았다. 이 말은 하루의 길이를 8만 6400분의 1로 나눈 것이 1초라는 뜻이다. 그런데 하루의 길이(즉 지구의 자전주기)가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기준으로 1초를 정의한다면 지구 탄생 초기의 하루는 4시간밖에 안 된다. 고민하던 과학자들은 1956년에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1년에 한 바퀴 일주하는 공전 주기로 1초를 정의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 공전주기도 일정하지 않아서 수많은 과학자를 고민에 빠뜨렸다. 결국 1967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지구 자전보다 오차가 적은 원자의 진동수를 사용해 1초를 정의했다. 세슘(Cs 113) 원자가 91억 9263만 1770번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초로 정의된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이렇게 정의된 1초라는 개념은 3000만 년에 1초 정도 오차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오늘날도 지구 여기저기에서 오차를 줄인 1초를 정의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정확해야 하는가? 까짓 거 1초 정도 틀린다고 뭔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과학자들은 몇천만 년에 1초 정도의 오차로도 모자라서 몇억만 년에 1초 정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시계를 만들려고 하는가?

몇 가지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GPS 위성은 전파로 송수신한다. 위성에서 보낸 전파가 수신기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면 내비게이션이 소용없어진다. 예를 들어 위성에서 수신기까지의 정보가 오는 데 걸리는 왕복 시간이 0.01초라면 거리는 3000km(0.01초×30만km/s)이다. 그런데 시계가 약간 틀려서 0.01001초라면(겨우 오차가 0.00001초이지만), 거리는 3003km(0.01001초×30만km/s)이다. 즉 거리 차이가 3km나 발생하게 된다. 내비게이션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1초의 정확도가 통신의 속도, 품질, 용량 등을 결정하는 비행기, 선박, 자동차의 시대에 살고 있다.

반면 한가위를 보내면서 올려다본 달은 떡방아 찧는 토끼가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다. 1초에 0.5m를 뛰어오를 수 있는 지구 중력을 넘어 1초에 3m를 뛰어오르는 달 세계로 가면 토끼를 만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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