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때가 있는 법
모든 건 때가 있는 법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1.09.28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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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국제법상 우리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무단히도 공을 들여왔다. 이 종전선언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것은 지난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었지만 끝내 결렬 됐다. 임기가 몇 개월 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22일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다시 회자시켰다.

유엔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흥미 있고 좋은 발상이지만 쌍방 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의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는 조건부 담화문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우리 정치권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반응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문을 놓고 옥신각신 치열한 정치공방을 벌였다.

여당인 민주당은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길로 나아가는 실질적 첫걸음”이라며 “김 부부장 담화는 대화와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좋은 징조이고 진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 힘은 “김여정 하명을 받들어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고 여당 의원들이 한미연합훈련 중지 성명을 발표하니 북한이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라며 “김 부부장의 조건부 입장 표명은 정부와 여당이 만들어낸 셀프 굴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당의 입장차는 극명하게 달랐지만 정권쟁취를 위한 정치적 속내는 별 반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의 의중에는 이 기회에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서라도 평화와 통일에 민감한 국민들을 자극하고 흥행시킨다면 지난 지방선거 때와 같이 다가 올 대선에서도 압승할 수 있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국민의 힘 역시도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 해제를 이끌어내고 핵능력은 더 고도화시키기 위해 이번 종선선언 제안 기회를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북한의 속셈을 각인시켜 대선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 훤히 보인다.

5000년 역사 동안 같은 땅에서 하나의 민족으로 살았고 통일국가에서 살아왔던 우리 민족은 6.25전쟁 후 남과 북으로 분단돼 70년 세월을 대치하며 살고 있다.

다행히도 여전히 남과 북 모두는 삶의 터전을 한반도(韓半島)로, 민족은 한민족(韓民族), 의류는 한복(韓服), 음식은 한식(韓食), 집은 한옥(韓屋), 문화는 한류(韓流)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한(韓)은 불변함의 근원이자 통일의 생명수로 늘 살아있다.

한(韓)은 먼 과거 이 땅을 지배했던 마한(馬韓), 진한(弁韓), 변한(辰韓)이라는 나라에서 유래됐다. 이 세 나라는 고구려 백제 신라로 나라 이름이 바뀌었지만 결국 삼한통일(三韓統一)을 이뤘다.

근대에 들어 또다시 한반도는 남한(南韓)과 북한(北韓)으로 나라가 쪼개졌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민족의 뿌리인 한(韓)은 살아있다. 종전선언은 분단을 종식하고 다시 평화국가로, 예전의 통일국가로,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대한민국(大韓民國)으로 가기 위한 단초이다. 이런 이유에서 종전선언은 무조건 나쁘게만 바라보고 반대할 일이 아니다. 다만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말에는 동조하고 싶다. 아무리 좋고 아무리 급해도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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